짝손이 짝손이 한쪽 이마가 얽은 나리가 초상肖像을 남기고자 화공畵工을 불러들였는디 하나는 얽은 이마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물렸고 다른 이는 얽은 자국을 지워서 그려 나리도 겸연쩍다 물리친 뒤 이번에는 강화江華 스님이 나서 얼굴을 그리되 마마가 없는 옆얼굴을 그려 올려 치사致謝와 예단禮緞..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6
사랑이 그리 쉬운가 사랑이 그리 쉬운가 그러지 말자 우리 천만년 살 것 같이 우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신새벽 이슬 밭에 핀 패랭이처럼 황혼을 모르고 지고 말 사람이사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가 사랑한단 말 오늘도 그 소리에 새벽이 터 오른다 시방 내 앞에서 짓는 사랑의 시늉 접어두고 나는 아침을 맞을 거니 ..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4
멀어서 그리운 멀어서 그리운 내가 다가가면 너는 저만큼 가고 내가 다가서 보면 너는 그 자리에 없어 애태우는 시절도 시절이지만 사랑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쯤은 이제 익숙한 숙련공이다 멀어서 그리운 사람이여 참으로 멀어서 그리운 사람이여 그만한 거리만큼에 내가 있다 이제는 사랑의 속도쯤은 조절하는 내 ..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4
쌍계사 마애석불 쌍계사 마애석불 명부전冥府殿가 마애불磨崖佛은 누굴 닮아서 해지는 서방西方으로 틀어 앉아선 궂은 일들 고운 일들 다 가려두고 우스운 일없는 세상을 죄면罪面하신다 쌓아서 이룬 탑들 부질없어라 오가는 이 한두 개씩 올린 돌들이 쌍계사 갈림길에 탑이 되어선 큰 물도 강물로 넘어 다 지나간 뒤..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2
낙산에 와서 낙산에 와서 온갖 것 다 버린 듯이 낙산에 와서 보면 요즈음 나도 소년을 닮는지 목젖 울리는 소리 가슴 떨린 이별도 멀지 않아 눈시울 붉어 가는 일들 아깝지 않다 더불어 함께 하지 못한 세상도 탓하지 않을 것이 씻을 수 없는 일들 그래 파도에 씻어내면 씻어져 갈 흔적들 오늘은 파도로 씻자 씻어도..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2
남의 집 추녀 밑에서 남의 집 추녀 밑에서 번개가 치네 무서운가 하나도 안 무섭소 이녁은 지은 죄가 있어 무섭겠소 죄도 어지간해야 무서운 줄 알지 지은 죄가 하도 크면 이판사판 무서운 줄도 모른다네 임자가 그런 모양이시 남의 집 추녀 밑에서 비를 피해 섰는데 도란도란 말소리가 빗소리에 겹쳐 길가로 흩어지며 한..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20
도둑중의 으뜸이여 도둑중의 으뜸이여 장안에 한 도둑이 나타나 동東에서 번쩍 서西에서 번쩍 하는디 없이 사는 마을 동전 엽전은 본 체도 안 하고 마당 깊은 집 안방 돈들만 챙겨서 간다 본시 사단事端은 참외 서리로 관가에 일찍 든 것이 문 꺾이 열쇠 따기 갖은 손재주는 다 배워서 남의 집 감옥소를 제 집 드나들 듯 ..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19
설악산 소묘素描 설악산 소묘素描 1 금강굴 비선대飛仙臺 웃자락에 쳐든 굴 속을 염력으로 알아낸 신라新羅 원효가 저 혼자서 선녀들과 노닥거려서 보시기에 하도 볼썽사나웠던지 천불동千佛洞 부처가 자리를 틀고 앉은 뒤로는 내공 깊은 스님들만 왔다가더니 요즘 사람들 영특한 건 당할 수 없어 절벽 끝 가장자리로..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18
오색약수를 지나며 오색약수를 지나며 오색五色에 가면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도 가장 땟깔 좋은 색깔만 그것도 사내아이 계집 잡아먹듯 그리 후다닥 피어 올랐다가 사라지는 안개로 오지 않고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도 가장 정갈한 냄새만 그것도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누이듯 서방 몰래 누운 우리집 예펜네 하는 행.. 내 마음에 쌓은 돌탑 200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