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도둑중의 으뜸이여

강정순 2006. 11. 19. 18:25

   

 

 

 

 

        도둑중의 으뜸이여

 

 

 

 

   
   장안에 한 도둑이 나타나 동東에서 번쩍 서西에서 번쩍 하는디
   없이 사는 마을 동전 엽전은 본 체도 안 하고 
   마당 깊은 집 안방 돈들만 챙겨서 간다

   본시 사단事端은 참외 서리로 관가에 일찍 든 것이
   문 꺾이 열쇠 따기 갖은 손재주는 다 배워서
   남의 집 감옥소를 제 집 드나들 듯 하더니
   간수들 하는 짓거리 이기다 이기다 못해
   겹겹이 쳐진 옥을 넘어서 나온 신 아무개

   이 땅에 공명功名에 눈뜬 포도꾼들이 아직도 많아
   홀로 덮치고 뒤에서도 놓치길 해를 넘겨 거듭하니
   몸값이 날로 오르고 이름값도 치솟아선
   마침내 방방곡곡에 방榜까지 나붙었다

   한번 지나치면 순라꾼들 모가지가 낙엽처럼 떨어지고
   여기서도 우수수 저기서도 우수수
   나리들 좌천左遷 영달榮達이 신 아무개 손에 달려 있어
   포도대장은 자기 고을을 지나칠까 걱정이고
   백성들은 은근히 붙잡힐까 걱정이다

   억만금 몸값으로도 고告해 바치는 이 없는 도둑 중에 으뜸이여
   억만금 몸값이면 고告해 바칠 줄 아는 나리중의 나리여
   백성들은 은근히 붙잡힐까 걱정이고
   나리들은 속으로 지나갈까 걱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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