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겨울비를 맞으며 열흘을 보내고 있다
이 비는 다음 여행지까지도 길게 이어진다는 예보다.
그 중 온전한 날이 하루여서
오늘도 비가 온다
그래주면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만 일을 보는 직원이 이런다
Normal
나갈 일 없이 장봐다 해먹는 일로 하루가 간다지만
순례길을 걷는 이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궂은 날씨 속에 30km 씩을 걸어낸다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고
사서하는 일은 아니겠으나
고달픈 행로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자연히 아파트숙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적당히 게으름을 피워도
자리를 찾아 주지 않고 벗어놓은 옷들이 널려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언제 이렇게 느슨한 즐거움을 가져보았던가
13평 규모의 이 아파트가
해방구가 되어주었다
주방이며 욕조가 놓인 화장실
침대 쿠션하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데
있다면 단 하나
나무젓가락이 없다는 것
그래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스시집 okwok에서 가져다 놓고 쓰는데
왜 출국전에 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비바람소리만 없다면
평온한 마을속에 들어와 있는데
Estacion De Autobuses가
시외버스정류장이다
걸어 10분이면 되는 이곳에서
OPORTO로 가는
10시 출발 버스표를 30유로씩에 예매도 하고
이 길을 따라 한시간이면
걸어서 구시가지를 구경하고도 남을 거리임에도
다섯 정거장 사이를 1유로를 내 가며 타고 다녔다
아껴야해
이 걸음걸이
그런 소리를 들어가면서
대성당의 한쪽 모퉁이에 거리의 악사를
한번은 지나쳤다.
그 때는 바이올린을 켜는 이였고
이번에는 팬파이프를 가지고 나와 있기에
98유로어치 팔찌 네개를 사고 남은 돈 1유로를 여기 놓았다.
역시 여자라 인기가 좋네
그런 소리를 들어가며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요
수드 코레
이 우중에 대성당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구걸을 하고 있는
젊은 여자가 있다.
늘 같은 자리에 나와 무릎을 꿇고있다.
해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비에 젖어 있는 손 글씨
이런 것은 사진으로 찍을 수가 없다.
손 글씨로 써놓은 사연을 따라 가보면
이런 소리 아니겠는가.
단 돈 얼마라도 저를 좀 도와주십시요
이발소로 갔다.
이렇게
그러면서 민머리를 주문해보았더니
확인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래 그렇게 싹
손으로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나서야
이발사는 내 뜻을 알아차렸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이 가게도 문을 닫는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는 시간이어서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면 되는 단순한 이발을
오래 끌었다.
그래야 9유로를 받는 값이 된다는 듯이.
아파트숙소 가까이 마트가 있어
장봐다 해 먹어가며 겨울장마속을 살았다.
버스 두 정거장거리만큼에 가면
바나나가 1유로가 채 못되게 나와있다.
그것만 사겠는가
미끼 상품을 내 걸어 놓고 있는 DIA라는 가게를 지나쳐
버스에서 내리면
주유소 마트가 있다.
팩에 담아 내놓은 돼지고기.
유효기간이 며칠 더 남았음에도 –50% 가격표를
새로 붙여 내놓고 있었다
12일부터 18일까지 세일을 하는 이 가게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여기 와서 아지를 먹어본다며
마리에 4천 원 정도 하는 아지 두 마리를 거머쥐었다.
손질을 해서 줄까?
그런 표정을 읽어가며
그들이 내장까지 칼질을 해서 팩에 담아 주는데
그 위에 다시 비닐로 한 번 더 싸서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꼼꼼하게 포장을 해주었다.
남자는 가격을 보고 물건을 고르고
여자는 맘에 맞는 색상을 보고 물건을 산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 그렇다.
Mercado de Abastos de Santiago
라는 이름의 시장이 있다
중앙시장이라고나 할까
8시 59분이 일출인데
아침 7시에 개장을 한다.
이 시장은
구시가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반대편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여행자들의 코스는 아니다.
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좋아서
숙소에서 20여분 정도 걸어 내려와 장을 본 후에는
1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간다
이렇게 먹고 마신 것들은 생활쓰레기로 생겨나서
수거함에 내다 버리는 일이 많아졌다.
한번은 신새벽에 무슨 소린가 하고 내다봤더니
수거차량이었다.
그 때가 새벽 4시 40분.
해는 8시59분에 뜬다.
산티아고대학병원
무탈해야 한다
탈 없이 돌아다니다 들어가야 한다.
경계하는 것
그 중 으뜸은 날치기다.
차에다 놓고 내린다는 것
혹은 가다보니 식당에다 놓고 나왔다는 것
그것이 앞 가방일 때는 치명타가 된다.
여권과 돈은 이 여행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긴 여행 중에 무탈할 리는 없다.
배라도 아프면 견뎌본다 하겠으나
넘어지기라도 해서 병원으로 가야할 일이 생기면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1억원 여행자보험은 우리도 가입하고 나왔다.
귀국 후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고
병원에다 보험청구용 진료비정산서를 발행요구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면
이 문턱을 넘어설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티아고는 곳곳이 공원이다
볕 좋은 날은 공원에 나가 볕바라기라도 한다지만
우기철에 나들일이 있겠는가
마는
일부러 밖으로 나와 보고 그랬다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20여분 정도 버스가 가서 회차를 해 오는 곳은
드믄하게 들어선 이런 집들로
이 풀밭위에다
매어놓고 기르는 우리 동네 누구네 집 염소 두 마리를
잠시
풀어놓아 보았다
12월 18일(수) 16:30 산티아고
서울시각 12월 19일(목) 00:30
NOTE:
출발에 앞서 터미널로 가 보았더니
우리 말을 쓰는 동포가 거기에 있었다.
- 박병두 2019.12.20 22:58
- 강정순 2019.12.20 23:53
블러그의 이런 사진들은 인터넷에 즐비하게 널려 있어서
알릴까 하다가
그만 뒀었네.
날 잡아서 왔더니 비가 내려서
하루도 아니고
이 비는 보름 정도 이어진다고 해서
가다 쉬고 그러면서
포르투갈의 제 2도시 포르토에 와 있네
이제 절반을 돌아 나가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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