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녁에게
반쯤 타다 만 연필로 그리는 이녁 사랑은 손이 되고 검은 머리카락이 되더니 이제는 바람으로 다가와 버리더라 가슴에 대일손 모도운 채로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 내 미운 마음을 전하기에는 너무 멀어 합장合掌한 채로는 달릴 길도 없으니 글씨 하나 넌지시 지어 이녁 계신 곳 대일까
가도 대일 곳은 없더라 신도新都안에서는 어제는 구름이던 것이 천동이던 것이 사금파리 위에 내려와서는 골을 이루고 동산을 이루더니 별이 새는 한밤에는 무서리로 서더라 외진 이의 가슴은 품을 일도 없더라 이 골 저 골 다 돌아 마침내 다가와 지장보살로 서는데 두손 모도운 채 드리운 눈맞춤은 맵고 시리고 아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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