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여행

[서유럽도시기행]2003 샤모니

강정순 2006. 3. 31. 16:53
세째날- 샤모니에서 제네바

 


시골풍의 이 작은 호텔은 멋진 방문 열쇠를 가지고있다.
411호 열쇠를 지니고 싶을 정도로 장식이 둔중하다.
밖으로 나와 보니 여전한 비다.
오늘은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날.
8시 30분이 되어 도심을 벗어난다.
세련되고 번화한 도시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법이다.
성당과 박물관, 과거와 현대를 잘  조화시킨 이 곳
공공 건물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밀라노의 디자이너 패션 몰은 또 어떤가.

이 모두를 뒤로 하고 철로를 넘어선다.

나나 무스꾸리의 노래 속에

비 내리는 밀라노를 뒤로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여행은 담아낼 수 있는 추억의 무게로 좌우하는 것이지

무엇을 많이 보았는가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Torino를 향해 고속도로를 접어드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제 북부 이태리를 향해 138km의 행진이 이어진다.
동양의 산천이 화폭에 담긴 산수화 라면

이곳 전원은 모네의 그림속 풍경화라  할 수 있다.

벼를 베고 난 뒤 끝 같은 옥수수밭.

강도 건너간다.

단풍진 노란 포프라도 여기서는 그럴 듯하다.
9시 40분에 버스는 Aosta로 방향을 달리한다.

왕복2차선 고속도로의 잔디밭

분리대가 그저 부럽다. 바른편 산은 눈이 하얗다.

구름도 반쯤 걸쳐있다.

올리브밭이 나타난다.
2층집 굴뚝에선 보기드믄 연기다.

Aosta 전방 51km라는 표지판.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하얗게 폭포가 드러난다.

집들은 고풍스럽다.

 

탄광촌인가 싶은 곳, 냇가를 이웃하여 강이 다르고

안개구름이 걷힌다 싶더니 터널이  나타난다.

이들은 계곡사이에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어 찻길과 철로를 놓았다.
여기가 Aosta Valley다.

계곡이 넓어진다싶더니 산간마을이 나타난다.
여기서 30분간 쉬어간다.

산의 중간까지는 눈이 덮이고 언덕으론

집들이 들어 찼다.
단층 집 혹은 3층집들은

정갈한 노인처럼 기품이 있다.

11시가 넘어 통행료를 내기 위한

체크포인트에 도착한다.

경비행기 활주로가 이웃한 곳.

하이네껜 공장에는  굴뚝이 없다.
비가 굵어진다.

구름은 산자락부근에서 머뭇거리고

버스는 터널속으로 들어 선다.

다시 2400m. 1920m. 3121m. 2790m.

터널들을 나서자 눈이 날린다.

다시 두개의 터널을  지나자 온통 눈밭이다.

가지마다 눈꽃이 한 짐이다.

자던 사람도 그 바람에 깨어난다.
과정이 생략된 여행은 일종의 손절매다.

 

11시 45분, 국경을 벗어난다.

철책도 없다. 군인도 없다. 바리케이드도 없다.
100.90유로만 내면 그만이다.

이런 곳이 국경이라니 너무 싱겁다.

버스는 곧장  11.6km에 이르는

몽블랑 터널로 들어선다.

터널을 빠져 나오는 데만 10분이 걸린다.
직선에 가까운 이 터널은 불란서 토목공학의 극치다.
터널을 벗어나니 또 다른 세상이다.

비는 내리지 않고 눈도 그쳐있다.

노란 단풍 나무와 곧곧한 상록수가 어우러진 산들은

이미 눈밭이다. 이 곳이 샤모니Chamoni다.
내리막 길이 다한 곳은 부촌스러운 휴양지 같아 보인다.

이 산을

스위스에서 오르면  융프라우에 이르고

불란서에서 오르면 몽블랑이 된다.

여기서 협궤열차를 타고 

몽블랑에 이른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날씨로 열차운행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 아쉬움만 담았다.

석회질이 냇바닥에 드러나 있다.

다리를 건너고 철길을 넘어선다.

골동품에 가까운  농기구들로 치장해 놓은 식당.

프랑스에 와서 

스위스풍의 퐁듀Fondue 부르기뇽을 먹는다니,

그래 오늘 점심은 퐁듀다.

마루 바닥이 밟히는 소리가 정정하다.
TBJ연수생들이 퐁듀를 즐기고 있다.

어디가나 한국인들이다.

 

잘게 썬 쇠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끓는 기름에 익힌다.

그 사이에 껍질을 벗겨 쪄낸  감자와 튀김이 나온다.

올리브에 버무린 야채도 큰 그릇에 가득하다.
이제 적당히 익힌 고기를

녹인 치즈에 발라 먹으면 된다.
샤모니에서 30분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등산용품을 갖출 좋은 기회다.
누구나 찾기 쉬운 길가 2층 매장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곳에 오면 시간은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2시 30분에 샤모니 출발이다.

요들송을 들으며 몽블랑을 벗어나는 길.
여기서 제네바까지는 78km로 한 시간,

그리 멀지 않다.

그림 같은 풍경은 평지로 이어진다. 

초지는 소 떼들이 차지하고

집들은 산자락에 나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