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의 레온

강정순 2019. 12. 9. 01:31

 

산티아고 순례길.

그 길목에 들어섰다.

 

 

 

이 길은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라는데

9세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그의 유해가 발견되고 나서

그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받들며

오늘날의 순례길이 생겨났다고 하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다

 

 

 

 

 

 

깎아 내릴 생각은 없다

그런데 죽은 지 900년이 지나 그게 야고보의 무덤이라고?

예수의 무덤이라 하지 그랬어

 

 

 

 

 

 

만들어진 이야기다

곡성군의 심청마을 아니겠는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도록

잘 정비해 놓은 길

 

 

 

800에서 900Km에 이르는 길을

30일에도 걷고 40일을 잡아 걷는다는데

 

 

 

 

 

 

 

서남부 프랑스와 스페인 북부를 지나는 루트 상에 이 마을이 있다.

그러니까 순례길상의 거점 마을인 셈이다

 

 

 

누구는 이 길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그 자연에 경도되면서

지금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방향타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겠으나

 

 

 

 

감격과 경탄 혹은 수사학적인 표현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순례자의 길이다

그러면 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얼마나 들지?

내 계산법으로 하면 최소로 잡을경우 하루 25유로는 든다

구도자의 자세로 혼자 나아갈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하루 도미토리 숙박비 (B&B) 10유로

    - 콘티넨탈식 아침식사 제공함

마트에서 사전에 셀프로 준비할 경우 점심값 4유로

    - 도너2, 크로와상과 동류의 빵 각각 2개씩 1.75유로

    - 바나나 20,25유로

    - 우유 1리터 1유로

    - 생수 1리터 1유로

숙박지에서의 저녁식사 10유로

    - 안주인이 해주는 식사가격 9유로

    - 커피 1유로

      여기에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서 올 수 있다면

      500ml 한 캔에 0,50유로

그러니 30일간 750유로

우리 돈으로 100만원은 들것인데

쓰기 나름이다

동반자가 있을 경우 1,000유로까지 잡아야하지 않을까

 

 

 

 

흔적은 길위에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을 따라가는 것

 

 

 

그러다가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

ALBERGUE 알베르게에 몸을 푸는 것인데

우리의 민박집 같은 것

아니

그 이상이다

 

 

 

 

 

 

8인이 쓸 수 있는 침상

복층으로 된 침상에 남녀혼숙으로 들어 간다

화장실은 구분되어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순례길에 든 여행자들이라 아침이 되면 떠나간다.

저녁때가 되어 주인마님이 이 방에 올라와

오늘 들 손님의 자리를 봐주고 내려 간다

스스로 펼쳐 쓸 침대커버와 벼갯니 한 장이 전부다.

수건은 없다. 불편하다면 수건이라 할 것 같다.

 

 

 

B & B 10유로

 

 

첫날은 홀랜드 젊은이가 들어왔다.

유쾌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청년은 우리나라에 대해

알아도 너무 알고 있는 게 흠이었다.

대뜸

불고기 김치 소주라는 단어를 읊어대며 신이 났다.

마치 자기가 지한파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말한다

재패니스 노

차이니즈 노

코리안 매니 매니

 

 

 

일본어는 없다. 이렇게 드러난 한국어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 길을 걸었으면 그렇게 각인이 되었을까.

하루에 30km를 걷는다는 그는 자기 마더에게 보낼 거라며

사진을 부탁했다.

등불에 드러남이 쉽지 않아 위치를 달리하며 세 번을 찍어 주었더니

너무 좋아했다.

그 나이에 마더라니, 결혼은 했나 모르겠다.

 

 

 

그런 그가 이 마을에 하나뿐인 식당에서 저녁 내내 머물다 와서는

딸각딸각

그러면서 자정으로 가는 내 잠을 깨워 냈다.

 

 

 

 

 

 

이번에는 자국내 여행자가 들어왔다.

주인마님과 함께 올라와 먼저 와 있는 우리를 보고

좀 멋쩍어 하는 그들을 봤다.

어서와, 반갑네

그랬더니 이내 그 표정이 풀리는 것 같았다.

순례길 여행자는 아닌가 봐. 신발도 그렇고 상자 속 짐도 그렇고.

도란도란 우리는 점쟁이가 되어간다.

그들은 스페인의 휴일을 즐기는 중이다.

내일은 레온으로 갑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여행길에 든 사람이라는 걸

들려주더니

작년에 서울을 갔었다고 말해왔다.

스페인이 처음인가요?

그렇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무슨 소리, 그러면서 젊은 여자가 손사레를 쳤다.

리틀 머니

소 매니 타임즈

그게 우리다

그리고 우린 시니어.

그랬더니

아닙니다, 아직은 젊은데요

라며 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게 충분한 저녁시간을 주었다.

우리는 놀러갈거거든요. 같이 가요.

맥주 위스키 모두 우리가 쏩니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는 나이 아닌가

 

 

 

 

8시쯤

그러면 동트는 아침이 온다.

841분이 이곳 일출시간.

콘터넨탈 아침식은 아래층에 미리 차려져 있다.

덮개를 씌운 바케트빵, 바구니에 담긴 오렌지들, 내려놓은 커피.

저온냉장고 속에 놓인 두 종류의 쨈과 프림.

덥혀 먹을 수 있는 전자레인지.

편리한 방식이다.

알아서 먹고

알아서 뒷정리를 하게 하는 이 방식은

차려 주어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간편한 일인가.

Breakfast 라는 말 그대로

아침은 서서 먹는 듯 간단하게 먹고 일어나는 것.

, 쉼이라는 Break라는 말에다 간단히, 빨리 라는 fast

만들어낸 이 말이

유목민의 아침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침에 소에게 먹이를 주고 젖을 짜야 했으니

차분히 식탁에 앉아 아침을 즐길 시간이 있었겠는가.

우리는 아침을 거를 수 없는 농경문화를 가졌다

40년 가까이 안식구의 건사를 받아가며 정년에 이른 후에도

꼬박꼬박 아침식사를 챙겨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주부다.

 

 

 

주부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보는 것 이상으로 먹는 것이다.

 

 

 

손에 물 안 묻히고 식사할 수 있으면

괜찮은 팔자다.

 

 

 

 

씻을 수 있는 공간이 각각 마련되어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둘만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방을 비워주고 아래로 내려왔다.

레온에 가서 하루를 더 머문다는 이 두사람은

한 객실에서 같은 잠을 잤다는 정리를이렇게 나타내주었다.

우리는 레온시내로 갑니다

원한다면 저희 차로 시내까지  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하지만,

문을 나서는 그들을 배웅해가며

부디 좋은 날을

그들도 투 유

그러면서 함께 보낸 하룻밤을 추념해봤다.

폭스바겐 차 타볼 기회를 놓쳤네

타고 나갈수는 있겠으나

여기까지 오는 차편은 없는 오늘은 일요일  

 

 

 

 

 

128() 17:30 레온

서울시간 129() 01:30

 

 

NOTE:

나와 내 아내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산티아고로 갈 계획이다.
이곳에 와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잘 갖춰진 숙박시설.
따뜻한 실내공간.
아침식사로 준비된 바케트와 오렌지에 커피.
모든 것이 훌륭하다
당신과 당신 아내의 친절과 헌신에 감사를 드린다
이곳을 떠나 한국에 돌아 가더라도
이곳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불란서 청년이 들어왔다.
폭이 긴 웃옷을 두 개 걸어 놓고 저녁거리를 들고 내려갔다.
배낭과 벗어 놓은 옷이 전부인 청년의 저녁은 오렌지 하나와 식빵이 전부.
동트기 아직 이른 시각
8시 전에 부시럭거리면서 침낭을 접고 있어
불을 켰다.
감사합니다.
우리도 일어났다
각각의 아침식사
식빵을 가져왔고 3장 정도 남기고 일어난 청년에게
우리의 바나나를 건내주었다.
가면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깃거리.
청년은 감사하다며
생장 피트포드에서 출발했고 산티아고까지
앞으로 열흘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Credencial크리덴시알이라는 여권을 쥐고 32개구간을 완주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산티아고를 떠나기 전날
산티아고로 입성을 할 것 같아서
보자
보게 될 것입니다, 꼭
그러면서 다시 볼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주먹을 치켜세워가며 보여주었다.
 
남편인 나는 70살인데
결혼 40주년의 특별한 추억을 이베리아반도에서 갖기로 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17일간,
스페인에서 한 달간
그렇게 70일간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에서 살아보는
생활여행을 합니다.
이곳 Oncina에서 4박 5일간 머물고 갑니다
한번은 홀랜드청년을 만났고
그 다음 날은 국내여행자 젊은 부부를
셋째날은 800km를 완주한다는 프랑스청년을
모두 이 숙소에서 만났습니다.
편안하게 머물수 있는 Cosy home.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침상과 세면대
편하게 먹도록 아침식사는 미리 준비를 해 놓고 있었는데
Leon시내가 아닌 Oncina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야외주방에서 밥지어 먹는 자리에
이집 고양이 두 마리와 개가 처음인 듯한 한국의 김치와 라면을
신기해 했습니다
우리 집에도 13마리 고양이가 있지요
머무는 이 여행,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레온”
http://blog.daum.net/poeti50에 사진을 담아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