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회년의 아침

강정순 2010. 12. 28. 20:24

 

2010. 12.27 요가반 송년모임에서  회년의 축하인사를 겸하여 받은 상사 마을회관

 

 

올해가 回年, 생일 아침 서울 어머니가 전화를 해 왔다.  

-거기도 눈이 많이 왔냐. 아침은 먹고  

있는 반찬에 아침을 먹자고 하였더니,

아침 군불 속에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내가

미역 넣어 국을 끓여 냈다. 감사한 일이다  

이제 친구처럼 동지처럼 되어가는 우리 부부.  

축하라는 말을 굳이 입에 내지 않아도

그 뜻을 고마워할 줄 아는 남편이 되었다.

 

 

 

지난 24일 생일상은 미리 받았다.  

- 아버님 서울 올라오세요. 고모 분들이랑 오시라고 했네요.  

그러면서 쉬는 날을 받아 며느리는 생일상을 차려냈다.  

노량진 새벽시장에 나가 아들이 생선회를 치고

며느리는 삼색나물과 호박전 그리고 동태 전까지 부쳐서

 나를 감격하게 하였다.

 

- 너의 시할아버지는 마흔 여덟에 세상을 일찍 떠서

   23녀 우리 형제자매 시집 장가가는 것도 못보고 돌아가셨는데,

   난 아들 딸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손녀까지 본데다가

   오늘 아기한테 생일상까지 받았으니

   고맙다.  

- 아버님 은서 결혼시킬 때 까지 오래 오래 사세요.  

 

 

외삼촌 이모 그리고 네 동생들과 조카들이 모일 만큼 모인 자리.  

아무도 그 날,

골집에서 올라가지 않는 아내를 들먹이지 않았다  

이 날만은 자식들이 함께 모이면 좋으련만,

사위는 야간근무라는 말을 전해오고 딸애도 끝내 오지 않았다.  

무엇이 서운하였던지 의절하다 시피 하는데

회년을 맞는 애비는 괜스레 슬프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핸드폰 발신자에 사위 이름이 떴다.

신혼여행에 다녀와서도 애비한테

전화 한번 없던 우리 딸을 대신하여 한 것인 데,

딸한테는 생부에 생모 아닌가  

- 오냐 별 일 없냐.  

- 아버님 생신 축하드려요  

- 고맙다. 너희 건강이 제일이다.  

- 아버님도요. 1월 달에 한번 내려가겠습니다.  

- 아니다. 추운데 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된다. 건강하거라  

- 네 생신 다시 축하드려요  

장인과 사위간의 무미건조한 통화 00:00:38.  

 

 

1년이 다 가야

아내는 시어머니한테 전화 한번 안하고 산다.

며늘아기하고도 일찌감치 담을 쌓았다.

그래서 그런가.

딸도 애비한테 전화 한번 하는 일이 없다.

도움이 되지 못한 애비에게 전화는 해서 무슨 소용

 

배다른 남매여선 지

아들과 딸은 데면데면하게 살아간다  

내가 심은 원죄를

자식간에 저리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는

회년의 애비는

무겁다.

 

 

 

 

 

NOTE:

 

                  회년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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