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외할아버지를 방글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렇게 부르면 못쓴다며, 외할아버지라고 가르쳐도 유독 큰딸애가 그렇게 부르길 좋아한다 오늘도 제 아빠가 미술교습소에다 차를 대마~ 하였을 때도 "방글이 할아버지한테 가게?" 그러면서 눈치는 보였던지 나를 피해 제 방으로 얼른 가고 만다. " 놔둬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부르라고 해도 안 부를 거야 " " 당신도 참 " 그렇게 남편은 태평해 한다.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를 방글이 할아버지라고 하는 것은 그 웃음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빙그레, 저렇게 해도 빙그레. 마구간에 누렁이 황소를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아빠소냐, 엄마소냐고 물어도 그저 빙그레 웃고 만다. " 소는 아침저녁 두끼만 먹는단다. 그러니 이 이상 더 크질 않아. 우리 유나는 세끼 꼬박꼬박 먹어서 얼른 이 할아버지만큼 커야 한다. 알았지? " 이렇듯 동문서답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도 마침내 웃고 마는 데, 이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청각능력상실 때문이었다. 장성탄광에서 오래 일을 하신 아버지가 굴착기를 만지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안 것은 내가 중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였다. 가방을 앞에 놓고 육성회비며 실내화 값을 말하면 아버지는 오른손을 귀에다 대고 들었다. 그것이 나로서는 장난처럼 보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늦은 시간이어서 빨리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면 그 때서야 이러면서 웃었다. " 돈 달라고?" 그래서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는 엄마가 돈을 타달라고 하였더니 오랜 탄광생활로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버지의 웃음은 그러니까 당신의 청각능력상실을 이로써 보전하려는 슬픈 웃음이었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차츰 아버지의 손바닥에 글씨를 써 보이는 일이 늘어났다. 우리 5남매에게 등불과도 같았던 아버지의 따뜻한 이 손... 오늘 우리 네식구는 어느 때보다도 발길 가볍게 시골집을 떠나 서울로 간다. 7순이 넘어선 우리 부모. 남편은 새로 휴대전화기를 아버지한테 안겨주었다. " 날마다 안부 문자를 보낼게요. 진동이 느껴지면 이렇게 열어보시면 돼요" 남편은 진동 휴대폰을 전해주며 그 방법까지를 작동해 가르쳐주고 떠나온 길. " 방글이 할아버지한테 문자 보낼까?" 큰 딸애는 다시 장난 끼가 발동하는 모양이었다. " 그러렴 할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해드리렴" " 당신도 참..." 나는 휴대전화기를 손에 쥔 딸애를 흘겨보며 가만히 남편의 오른손을 잡았다. -여보, 사랑해요 남편의 손등에 글씨를 써 가자 무슨 소리야? 라고 묻는 데 나는 그저 웃어만 주었다. 내가 누군가. 방글이네 할아버지 딸이 아닌가. |
NOTE:
- 메주 2013.08.13 19:21
아버님'의 웃음'이 .... 자식'을 기르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되어서야... 심장뛰는 소리'를 듣듯 이해되는
딸'의 아즈라함'이.... 방글이할아버지'란 대명사'로 회자'됨을...
잘 읽고 갑니다....
문자'로... 가족애'가 무르익기'를 바랍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되어서야... 심장뛰는 소리'를 듣듯 이해되는
딸'의 아즈라함'이.... 방글이할아버지'란 대명사'로 회자'됨을...
잘 읽고 갑니다....
문자'로... 가족애'가 무르익기'를 바랍니다
- 강정순 2013.08.15 12:26
아주 오래전에 이런 단문들을 써 모았습니다.
나라에 저당 잡히듯 젊은 시절 다 보내고
나이 50에 옷 벗고 사회로 나갈 그 무렵이었지요.
암담하였으나 절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아있는 날들 위에 희망이라는 포장지로 포장을 해보면
내 인생
발품 판 품값은 나올 것이다.
그 또한 오산이었지요.
낮을 대로 낮추고
버릴 만큼 버리고 났더니
이제는
이런 단문들이 써지지 않습니다.
나라에 저당 잡히듯 젊은 시절 다 보내고
나이 50에 옷 벗고 사회로 나갈 그 무렵이었지요.
암담하였으나 절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아있는 날들 위에 희망이라는 포장지로 포장을 해보면
내 인생
발품 판 품값은 나올 것이다.
그 또한 오산이었지요.
낮을 대로 낮추고
버릴 만큼 버리고 났더니
이제는
이런 단문들이 써지지 않습니다.
- 메주 2013.08.15 14:18
아마.... 그 기간`이 어느정도 농`익어오면
다시 펜`끝에 힘이 들어갈 수 있을겝니다...
머리와 가슴`이 동승하지 않은 삶`에서
조금은... 비껴가는 휴식`도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어요~ㅎ
물론 같은 해맑음`이 아닐지라도...
무념무상`에서 오는 이슬같은 글`.... 말이지요...
책임짓는 담백스런 글`도
정화`의 한몫일터이니...
다시 펜`끝에 힘이 들어갈 수 있을겝니다...
머리와 가슴`이 동승하지 않은 삶`에서
조금은... 비껴가는 휴식`도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어요~ㅎ
물론 같은 해맑음`이 아닐지라도...
무념무상`에서 오는 이슬같은 글`.... 말이지요...
책임짓는 담백스런 글`도
정화`의 한몫일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