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당신에게 한림翰林이에게 봉구에게

강정순 2007. 1. 16. 17:46

                

 

 

 

  

   당신에게 한림翰林이에게 봉구에게  

 

  

 

땅거미가 저버린 벌판에는 치운 바람이 휘몰아쳐 오고
정말 인제는 혼자인가 싶게 숙소의 문을 들어서면
고독이라는 것이 참으로 외로움이라는 것이
광주리째 안겨드는 저녁

뜸들기를 기다려 두부 지전脂煎을 부치고
마주한 듯 밥상 앞에 자릴 하면
비어있는 저 자리만큼에 당신 모습이 새롭다
남들도 그러한가 싶게, 남들도 그리 산가 싶게
이 방房 저 방房으로 가보며는
애들이 다녀간 뒤라 아직도 방안에는 그들 이야기가 남아
책받침이라도 정리할라치면 LEGO 한짝 남아 있어
티격대던 오누이 서로 저잘난 우선거림이 손 그림자 되어
잔잔하게 배어 있는 이 방에서
내가 앉을자리는 좁은 듯 넓다

작년 봄바람 시샘 속에 양동 시장에서 사 놓은 화분에
다시 붉은 꽃잎이 올라왔다.
찬물도 식혀서 주고 보토補土를 해 준 덕분 아니겠는가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내 말을 아지 못하는 저의,
제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는 나의, 거리만큼에는
당신도 이웃하는 시절이 그립다

애시당초 눈(雪)이라고 하는 것이 나이가 찬 이즈음에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더디 나게 하더니만
어느 공장에서 만난 사람인지 낯선 기억들이
남의 일처럼 아스런해져 오는 즈음에
우리에게도 저런 추억이 있는가 싶게
창을 내려다보노라면
내일은 제설除雪을 하여야 할 생활의 짐으로
다가오는 데도
지금은 진하디 진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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