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대부분의 시간을 246兵棟에서 보냈다. 휴일이어서 다른 날보다 30분 늦게 일어났겠다, 목욕도 마쳤겠다. 이제는 침구 日光消毒할 일만 남았다.
묵직했던 침구가 봄볕에 가벼워졌다. 앞뜰에 나가 행인들을 지켜보았다. 육군통신학교 쪽 소나무 숲 사이에 드러난 묘지. 봄볕이 곱다.
편지를 여러 통 써놓았다.
저녁에는 수양빵을 받았다.
4월 3일
" 기상 일분 전"
근무후보생이 외치고 지나간 뒤를 또 다시 기상을 알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木枕床이라 빈대가 있는가. 이 같은 것이 스멀거려서 잠을 설쳤다.
그래 빈대다. 목침상 틈새에 수많은 빈대 똥이 남아 있다. 후보생의 피가 남긴 흔적이다. 이제 빈대와 한판 붙게 생겼다.
어제 오후에 받은 장비를 정돈했다. 야전삽만 받으면 다 받는다. 철모를 써본다. 탄띠를 매고 수통을 찼다. 배낭도 꾸려봤다. 이제 몸도 마음도 군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4월 4일
두시에 불침번근무를 섰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1시간 앞선 5시기상이다. 조기구보. 다른 날보다 힘들게 뛰었다. 통신학교를 지나 의무전대로 이어지는 도로를 뛰어간다.
이 길을 2Km달리기 체력검정에서 先着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하나같이 저벅거리는 소리. 저벅 저벅. 간격이 일정하니 리듬도 일정하다.
" 先頭 步幅 줄여!"
앞선 후보생이 잔걸음으로 속도를 줄여준다. 키 작은 후보생은 항상 걸음이 바쁘다.
잠을 설쳐서 졸린다 하였더니 잠 쫓는 귀신은 따로 있다.
총검술시간. 연병장에서 멸공훈련장으로 뛰었다. 비포장도로에다 125명이 뛰고 밟아 내는 푸석거리는 먼지.
중대장근무후보생은 申告式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 대답이 시원치 않다"
네 명의 교관은 몽둥이를 든 채다. 眼疾이 있는가, 교관마다 쓰고 있는 레이번안경은. 전부 앉았다. 총을 손에 들라고 한다. 그리고 오리걸음이다. 20여 미터 전방에 4m정도 높이의 언덕이 나타났다. 5구대가 停止를 한다. 왜 멈춰 서는가. 우리는 언덕을 기어 넘었다. 이제는 美松밭이다. 여기저기 鐵帽를 내리치는 소리. 손을 내릴 수가 없다. 맞을 것을 각오하였음이지. 무릎으로 기기 시작한다. 나는 오리걸음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무덤지대를 지난다. 鐵網이 나타난다. 포복훈련장에 이른 것이다. 이쯤에서 그만 둘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북쪽이다. 계곡이 나왔다. 언덕너머 벌판이 드러난다. 볕이 달라졌다.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다. 일어나란다.
그러면서 6교시 학과 끝. 두 시간동안 오리걸음을 한 셈이다. 15분간의 휴식. 땀에 먼지를 훔칠 생각도 없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꼼짝도 안 한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휴식끝. 다시 오리걸음이다. 언덕을 오른다. 선두그룹으로 나갔다. 도로를 지나 활주로. 그리고 훈련장에 도착을 해서야 그 걸음이 끝났다. 신고로 시작하여 신고로 끝난 총검술시간. 아무도 제 옷의 흙먼지를 털려고 하질 않았다.
4월 5일
활주로 숲가로 나갔다. 자갈을 주어다 舍庭앞 공터를 메우는 使役. 설령 포로가 될지라도 장교는 사역을 하지 않는데, 불평이다. 후보생이 장교냐, 하는 소리가 나왔다.
구대장과의 개인면담시간. 하나씩 자습실로 불려나갔다.
" 그래 아버지는 안 계신다고?"
" 네, 대학 1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 어떻게"
처음에는 감기몸살이더니 肋膜炎으 수술을 하였고 合倂症으로 몸져간 5주간을 설명하였다.
" 왜 長期 지원을 했지?"
" 합격에 유리한 加算點 때문에 1년 延長복무지원을 했습니다.
" 애로 사항은 없나?"
노트와 편지지가 있었으면 했다. 그 말을 거두고 나오는 데 이런다.
" 일기는 지금도 쓰나?"
4월 10일
어제 中隊夕會에서 졸음을 쫓느라 애를 먹었다. 봄이라 선가. 후보생은 항상 졸리다. 총검술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도 고개가 숙여졌다. 누웠다 일어났다 하는 기합은 眩氣症이 난다. 이것은 사람의 진을 빼는 기합이다.
밟히지 않은 곳에 제비꽃이 온전하다. 꽃을 보았음인가, 아니면 나를 보았음인가. 金容文이 묻는다.
" 이런 꽃도 꽃말이 있겠지?"
고개를 저었다. 젖고 보니 F-86항공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체련복을 받았다. 점호도 이 복장이다.
내무반장 차례가 왔다.
4월 13일
軍事學이라선가. 지난번 戰術學시간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는데 오늘은 火器學이다. 지적도 없다. 푸싱도 없다. 異狀한 일이다. 우리는 사격자세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 왜 이렇게 행동이 완만한가" 이것은 순전히 구실이다.
" 완전무장으로 집합!"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風向臺까지 뛰었다 온다!
水桶이 덜렁댄다. 배낭이 들썩거린다. 다시 北哨所까지 선착순이다. 평지도 아닌 丘陵지대. 구릉은 밟고 오르고 濕地帶는 건너뛴다. 중간거리에서 선두그룹에 섰다. 초소를 막 돌아서는 데 行列이 길다. 바다 위에 둥둥 떠가는 듯한 철모의 물결은 파도처럼 춤을 춘다.
" 힘내! 쳐지지 말고" 뒤이은 후보생들에게는 얼마나 버거운 소린가.
아득한 곳에 敎官들이 있다. 도착 세 번째. 차례대로 모여들며 호흡을 고르느라 死色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번 빌미는 戰友愛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시!
그것도 3분 이내다. 이번에는 정말 戰友愛고 뭐고 가 없다. 늦으면 나만 당할 판이다. 다들 그렇게 뛰기 시작하였음이지, 이번에는 늦게 들어왔다. 그러면 뭐하는가. 우리는 그 곳을 오리걸음으로 갔다. 쳐졌더니 일어서란다. 빠따를 한 차례 맞고선 선두로 갔다. 음, 빠따는 입교 한 달만에 처음이다. 稜線까지 왔다.
학과 끝.
30분간 휴식이다. 철모를 벗었다. 땀은 닦아서 뭐하나. 자리는 가려서 뭐하나. 풀밭에 주저앉았다. 발아래는 民家다. 붉은 기와집은 철조망으로 쳐져 있다. 그 사이를 주민들이 지나간다.
한가로운 모습에 취하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각개전투시간이다. 그래 당할 만큼 당해 보자. 오늘은 13일에 금요일이다.
7,8교시의 군가제창시간. 군악병은 멋진 노래를 들려주었다.
The Lettermen의 '사랑하는 마음'과 Milva의 L'immensita.
우리는 눈물 속에 그 노래를 들었다.
4월 15일
일요일. 비가 내린다. 계속되는 泄瀉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苦役이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오늘이 일요일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중얼거리던 小說속 아그네시카의 아버지가 그려진다.
오늘 따라 당직사관이 왜 성화인지 모르겠다.
" 목욕 끝 2분전!"
고함소리에 비눗물만 씻어냈다. 우르르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진다.
선착순 집합이기 때문이다. 이런, 끝에서 세 번째다.
" 뒤로 번호!"
그러더니 線을 긋는다.
" 너희가 사관후보생이냐? 2분만에 나오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뭐냐. 10분도 더 지났다. 나와서 대기하는 상태도 가관이다. 下候도 이 보다는 낫다. 이게 무슨 꼴이냐. 한 놈씩 나와"
첫 번째 후보생이 나갔다. 주먹이 날아간다. 비틀거리면서 제자리. 어깨에서 가슴으로 두른 當直徽章을 벗어 던진다. 땅바닥에 떨어진 휘장을 중대장근무후보생이 주워든다. 손목시계를 푼다. 장갑도 벗는다. 내 차례가 왔다.
" 배에다 힘 줘. 그렇지 않으면 죽어" 주먹이 날아왔다. 정통으로 맞았다.
다시 주먹이 날아든다.
" 어금니 다물어" 턱이 돌아간다.
나는 얼얼해진 볼따구니를 만지면서 다른 줄로 가서 섰다.
호흡조절을 잘 못하였는가. 으으, 하더니 한 후보생이 뒤로 넘어진다. 물위에 철벅하는 소리에 근무후보생이 모여든다. 숨고르기를 시켜본다. 한 5분 뒤, 땅을 딛고 일어난다. 박수라도 쳐야할 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당직사관의 觸手를 더 주시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열이 갖춰지고 다시 행진이다.
이번에는 使役場으로 간다. 舍庭 동쪽에 빗물에 씻겨간 공터가 있다. 우리 250명은 활주로에서 내무반까지 일렬로 늘어섰다. 받은 돌은 재빨리 전달해 버리는 게 상책이다. 내 손을 떠난 돌은 머지않아 공터에 처박힐 것이다. 비갠 하늘가로 막힘 없는 바람이 선선하다. 그래, 내무반에서 軍人服務規律을 暗誦하는 것 보다 백번 낫다. 할미꽃도 저렇게 피어나지 않았는가.
4월 16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체련복에 운동화. 연병장을 도는 데 땀이 나질 않는다. 모랫발이 서걱거린다. 얼어붙은 것이다. 뛰다보니 설사가 난다. 구대장에게 갔다. 용무신청.
" 옷에다 싸"
" 필승! 용무 끝" 용무 끝은 무슨 용무 끝. 얼굴이 화끈거렸다.
醫務戰隊로 受珍을 갔다. 가본 일이 있는 내가 인솔을 하였다.
" 보통 변소는 몇 번씩 가나?" 군의관은 소령이다.
" 일곱 여덟 번 가고 있습니다" 한 주일 내내 설사다.
" 계속 먹어" 얼굴을 보지도 않고 3일치를 처방해준다.
변소로 갔다. 이곳은 양변기다. 블록으로 칸막이를 친 후보생변소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세계탁구정상에 선 11자 朝鮮日報가 놓여있다.
4월 18일
기술교육단이 교육사령부로 개편되는 창설식에 참가했다. 技敎團이 敎育司가 되는 날이다. 한 시간 전부터 이동했다. 星旗가 휘날린다.
査閱臺는 멀다. 먼발치에서 참모총장의 훈시를 들었다.
" 지금 우리는 維新課業수행의 重且大한 시점에 놓여있다. 이 시점은 우리에게 자주적 국방태세와 자립을 요구하고 있다. 維新 1차년 도에 교육사령부가 창설되었다는 것은 의의가 깊다. 維新精兵을 배출하는 데 있어 교육사령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학과가 끝나면서 뒤숭숭해진다. 날개를 단 소문은 거침이 없다. 어젯밤에는 기지 동편활주로 끝에 가서 적색비상훈련을 하였다. 오늘도 공습비상훈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執銃驅步다. 발바닥에 비누칠이 우선이다. 양말도 한 켤레 더.
사령부 앞을 지난다. 管制塔 앞으로 지나간다. 12비행대대 조종사숙소를 지날 때 우리는 그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둔 하늘가로 달빛이 오른다. 땀은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을 따라서 가고 만 것이다. 옷에 밴 땀은 내일 아침 소금기로 말라 있을 것이다.
4월 19일
制式訓練은 아주 피곤한 시간이다. 끝날 무렵 下豫區隊長이 우리 구대로 왔다. 선글라스 속에는 그 무엇이 있어 보인다. 성과측정이라지만 흠잡을 구실이 주목적이다.
그래 후보생은 잡을 마음만 먹으면 잡히는 겁니다.
멸공훈련장으로 이동이다. 총검술시간. 이제는 기합도 낯익은 이웃이다.
땅바닥에 눕는다. 누워서보는 하늘은 서럽다. 후보생이라 그렇게 보인다. 고개를 든다. 다리도 든다. 총을 쥔다. 이제 '통닭구이'는 잘 익었다.
이번에는 한 다리를 든다. 그리고 팔굽혀펴기. 그래 운동쯤 여기면 된다.
그런데 이것은 운동이 아니다. 상대는 중대장이다. 중대장은 기본자세를 점검하러 나왔다. 한 명씩 大食堂으로 들어가면 방향전환이 틀리다고 밀려난다. 긴장할 대로 초긴장이다. 내 차례다. 아무렇지 않은 통과. 너무 싱겁지 않는가. 아직도 이삼십 명은 들락날락이다.
246병동의 동편은 소나무 숲이다. 그곳에 기지법당이 섰다. 어제 연 開刹. 3管區 法師가 이런 말씀이다.
" 젊었을 때 부지런히 고민하십시오. 우리가 어찌 태어났으며, 왜 살아가는지 끊임없이 고민하십시오.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차원이 다른 삶을 살아가실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 소나무 숲으로 달빛이 은근하다 싶었더니 적색비상훈련이다. 완전무장을 갖춘 채 편대본부로 갔다. C-con1에서 6-7초소간에 배치다. 철조망을 사이로 총구를 겨누고 엎드렸다. 有事時 제일먼저 외곽으로 배치가 되는 것은 우리 士官中隊다.
4월 20일
一番立 不寢番을 서고 났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다. 달은 보름을 막 지나고 난 터. 幕舍 앞에서 출입로를 감시하는 것이 動哨의 임무다. 봄이어도 밤바람은 차다. 졸리다 싶게 일어났더니 구보가 없다. 잘됐다. 웬걸, 불침번근무를 섰던 근무자는 다 집합하란다. 지금 당직사관은 몽둥이를 쥐고 있다. 末番立 불침번 네 명이 먼저 맞았다. 기상 30분전에 화장실에 가는 후보생을 묵인해 주었다는 것, 제대로 服裝을 갖추지도 않았다는 罪目이 추가되더니 두 대씩이다. 차례가 됐다. 엎드린 채 아랫도리에 힘을 주었다. 彈力이 붙어서인가. 두 번째 빠따가 더 아팠다.
오늘은 火生放 실습이다. 가스마스크를 썼다. 外界人 차림이 됐다. 거리조정이 되지 않는다. 숨이 차고 퀴퀴하다. 假面舞蹈會場에 가는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催淚가스실로 들어갔다.
防毒面을 벗는다. 이미 풀어놓은 Cocl 2 가스가 가득한 곳. 눈물 콧물이 범벅이다. 經句처럼 적어놓은 말이 있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좁은 門으로 들어가라. 넓은 길은 평탄하여 가는 사람이 많으나 좁은 문은 험하고 멀어 가는 사람이 적다.'
淸敎徒的인 사촌 동생과 사랑하는 그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상한 禁慾主義的 理想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금 고매한 인격은 접어 두고 난지 오래다. 콧물을 삼켜가며 눈물을 쥐어짰다.
우리는 좁은 문을 통해 開明세상으로 나왔다. 사방천지 클로버풀밭이다.
밟고서보니 조금씩 풋풋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이 穀雨. 생월자 잔치다. 대식당에 모였다. 학교장과 대대장도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 이 달 생월자들이 나가 케이크를 자른다. 군악대가 Happy birthday to you! 를 연주한다. 다함께 소리 높여 '머나먼 고향'을 부른다. 무엇이 목에 걸린 것 같아 聲量조절이 되지 않았다.
4월 21일
內務檢査를 탈 없이 마쳤다. 구대장들마다 역할 분담을 하였음이다. 우리는 두 시간 동안 정신이 없었다. 暗記상태를 점검하고 간다. 나한테 와선 점호의 목적을 묻는다.
" 네. 점호의 목적. 점호란 上官에 대한 인사 제규정 이행정도 및 명령 회보 하달 확인 청결정돈 및 人馬와 건물의 상태를 검사하여 明日의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음. 이상 끝"
그런데 지금 말馬이 어디 있는가. 이것도 日帝殘在다.
뒤이은 총기의 청결상태. 옷의 주기. 관물정돈. 군화수입. 기본자세.
이렇게 하루가 간다.
4월 23일
버드나무 잎파랑이는 이제 연둣빛이다. 자라나는 보리밭도 새로운 볼거리가 됐다. 이제 7주째. 기본군사훈련은 절반에 이르렀다. 매일 같이 야외학과장이다. 쎅타로 가서 기지방어훈련을 하였다.
4월 25일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은 야외훈련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학과수업으로 대치되니 잘 된 일이다.
庶務勤務候補生이 大劍을 분실하여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모든 후보생이 대검을 찾아 나섰다.
2중대 전달! 상황 끝.
그는 십년減壽를 하였을 것이다.
4월 28일
乾燥場에다 빨래를 널고 있는데 차안의 승객이 웃고 있다. 담너머가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삼십대 부인은 남편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67기 詩畵展을 위한 초선을 마쳤다. 공주사대 김재설후보생과 성대 독문과 후보생이 초선에 참여하였다.
야외점호장에서 一齊點呼를 받았다. 주말이라 여유가 있다. 당직사관은 우리에게 長技자랑을 열어준다. 백남중의 '머나먼 고향'은 앙코르로 이어진다. 허기진 배를 더욱 쥐어짜는 것은 뒤 이은 오윤탁의 漫談이다.
오늘로 冬內衣를 벗었다.
4월 29일
침구를 내다 널었다. 그런 뒤에 목욕탕으로 이동이다. 탕속에서 셈을 하였다. 이제 7주가 갔다. 다음 주에는 첫 면회가 있다.
잔디밭에서 목욕이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 동 터 오는 곳. 그곳에 7哨所가 있다. 저 초소를 수 십번 왔다갔다했다. 오늘은 그림처럼 여겨진다.
246병동으로 돌아오는 길. 행진간에 軍歌를 부른다. 拍子가 맞는지는 발소리로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실개울을 간신히 건너가고 있는 중이다. 일요일이어서 풀린 기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후 사역은 메운 돌 위에 흙을 채우는 일이다.
우리 몇몇은 열외가 되었다. 이번에는 揷畵를 그릴 후보생이 가세를 했다. 自習室에 모여 앉자 몇 편을 더 얹었다. 이것들을 만들어 복도에 내 건다.
돌담가 여울길 달 그림자
사공은 빈 구름 달빛에 가고
아이는 종종걸음 맴을 줍는다
揷畵가 빛난다. 美大출신의 힘이다.
창가에 묻어오는 은하수를
꿰매어 아롱다롱 신을 삼아서
천리도 한양길 가던 오라비
개구리도 청개구리 밤을 지새면
누나야 갯가에 실비 오겠다
4월 30일
야외사격장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나가보는 西門이다. 오물 냄새에 머리가 다 아프다. 쓰레기장의 장다리꽃. 버린 무에도 꽃이 피다니 생명의 끈질김이 이렇다.
가게 앞을 지나간다. 술집에 양장점 그리고 잡화점. 소리 높여 軍歌를 부른다.
눈은 正面에서 한 치도 움직여선 안 된다.
이미 주의를 들은 바 있다.
一番國道를 횡단한다. 지나가던 차가 멈춰 선다.
사격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남의 눈에 보였을 우리 幕舍를 바라보았다.
저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였겠구나.
뛰어선 안 된다. 그러나 발이 보이지 않게 걷도록.
탄약반으로 가란다.
" 제 몇 조 組長외 몇 명 탄약반장님께 용무. 실탄 지급 받으러 왔습니다."
탄약 세 발을 받았다.그리고 待機線에 섰다.統制官이 마이크를 잡는다.
" 제 2組 대기 射手 앞으로... 총 잡아... 목표 전방에 타게트... 엎드려 쏴 하나...탄알집 장전...그리고 때려 줘...발 더 벌리고...異狀이 있는 사수는 왼발을 든다...이상 있나?...가스 후퇴...전진...쳐준다...사수...예비사격 세발...연속 緩射!"
탕! 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먼저, 흙이 튀었다.
照準을 하고 숨을 죽인다. 긴장을 풀고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얼굴에 反動이 왔다. 흙이 튀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나머지 두발. 탄알집을 뽑고 彈皮를 회수했다. 연습사격이니 표지판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다른 射手가 사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된다.
사격은 끝났으나 이제부터 구실이 생겼다. 그래 우리는 특별훈련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명목도 많다.
" 대가리 박아"
原山폭격으로부터 시작하는 기합. 메뉴는 다양하다. 지금 교관은 어느 것부터 식탁에 올릴까를 헤아리고 있음이다. 부디 맘껏 드십시오!
우리는 번호에 맞춰 힘찬 발걸음을 하였다. 영외에 나왔다는 것 그리고 처음 사격을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