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에 죽으니
문경새재 우이암 주지가 절에 들면 첫날밤에 죽고
후로도 죽어 나가기를 거듭하여 그 자리가 비었겠다
그러면 내가 갈까
수좌首座는 누더기를 걸친 채 죽기를 한하고 절에 들어 좌선인데
한밤중에 주지를 찾는 괴이한 소리 있었겠다
와서 이야기도 마다하고 한다는 말
이 절 주지住持적 절간 도끼를 아무 골 사는 조카 집에 두었으니
찾아다 제자리 놔두고 나 좀 천도薦度해 달라고
물어서 가보니 그 집에 그 도끼라
그 죄로 갈 곳을 못 가는 삼촌 천도재 올리고 나서 보니
한밤중 구천에 머물던 원귀의 소란스러움도 없어지고
낭랑한 스님 목소리만 문경새재를 타고 하늘에 이렀겠다
옛날에는 절간 도끼 하나 돌려 놓지 못해
갈 곳도 못 가고 있었으니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신심이 빛나는 세상을 살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