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아비뇽의 쌩 베네제다리 그리고 교황청과 미술관

강정순 2019. 11. 22. 14:01

 

 

양수리

혹은 여울목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곳이 아비뇽이다

 

 

설명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그런 곳

이 자리에 서 보아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지 않으나

아비뇽에서 북쪽으로

오랑주 Orange가 있다.

기원 전후에 세워진 반원형의 극장을

보지 못하고 간다는 이야기다 

 도시는 강을 끼고 발전한다

자명한 소리다 

 

아비뇽을 아비뇽답게 하는 강이 론 강이다.

le Rhone

누군가 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미치광이 취급을 받아가며 헌금을 모으고 자신의 일생을 바쳐 만든 다리여서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불렀다

쌩 베네제 다리

Le Pont St. Benezet 

 

12세기에 놓인  다리라고 한다

스페인과 이태리를 잇는 다리였다는 데

400년 뒤 강의 범람으로 유실된 채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다리가 시작하는 곳 그 위에

 

1차 대전과 2차 대전때 혼절해간 이들의 충혼탑 앞에

놓인 꽃무더기.

신을 위해 순교해간 사람들보다

국가공동체의 부름을 받고 숨져간 이들이

더 존경받는 세상이 됐다

이 충혼탑 바로 아래

 

 

구 교황청 건물 앞으로 왔다

아비뇽 유수라는 역사적 사실과

14세기에 완성되었고 높이가 50m에 이른다는 설명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벽 두께가 4m라는 데

그렇게 견고하게 지어내지 않았다면

무너지고 말았을 신앙체계라는 말 같아서

건성으로 둘러봤다

 

 

죽은 후의 일을 예비하기 보단

살아있는 이의 목을 적실일이 더 절박하지 않는가

 

 

저 차가 없었으면 좋겠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리 말하는 데

그 나마 저 차라도 있어서

이 광장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1845년에 그려진 이 유화속의 수사와 수녀들은

승천하여 그들이 평생을 믿었던 이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가

삭은 문을 앞에 두고 물어 봤다

 

교황청 건물에서 한 참 떨어진 광장 한편에

박물관이 있다.

Musee라는 말이 어떤 곳인가를 안다면

들어가서 보고 나올지

밖에서 기다릴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리 아픈 이들을 위해 앉을 자리가 놓여 있다 

 

우리는 UNJOUR AU MUSEE라는

붉은 표지 팸플릿을 쥐고

 

거리의 표지판에 의지해 골목골목을 돌아 다녔다.

am이 아비뇽박물관의 약자라는 것도 알아질 무렵

도착한 곳이

 

 

이곳이다.

아비뇽 구 시가지 메인도로에서 골목을 따라 걷기

5분 정도.

그러면 1728-1810년을 살다간 Calvet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 나온다.

 

 

 입장료는 없다.

도네이션에 의지하는데 5을 넣고 들어왔다.

             1855LOUIS VERAY (1820-1891)

 

6,500원에 들여다보는 은밀한 자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은밀한 법이다 

 

칸느에서 산 우편엽서

우체국에 와 1.35유로 주고 우표를 사 붙였다

 

사람들은 우편접수 뿐만이 아니라

이곳으로 와서 소포를 찾아 간다

 

찾아가라

쪽지만 내보내는 곳이

우체국이다

 

 

'노란 손수건'이야기는 이렇다

플로리다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은 남자, 빙고  

 

자기는 뉴욕의 형무소에서 4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으며

지금 만기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자기는 너무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감옥에 가기 전에 아내한테 자기를 잊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고 권했다

지난 3년 동안 아내한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

 

브로크릴이라고 하는 마을, 어귀에는 커다란 참나무가 한 그루 있다.

자기는 아내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내가 차를 타고 지날 때

만약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참나무 가지에 노란 손수건하나를 매달아 놓으라'

그렇게 해준다면

당신이 나를 맞아준다는 표시인 줄 알고

집으로 들어갈 것이나

만약 참나무 가지에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지 않으면

당신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줄로 알고

그냥 지나쳐 내 갈 길을 가겠노라고

 

이 이야기를 들은 차 안의  사람들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커다란 참나무에 온통 노랗게 꽃이 피어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손수건 하나만 묶어놓으면 혹시나 남편이 못 보고 지나쳐버릴까 봐

아내는 그 큰 나무에 온통 노란 손수건을 묶어 놓았는데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라는 노래를 들어봤던 1973년  세대가 우리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밤이 됐다

콘서트가 있다하여 나와 봤더니 술파는 곳이 돼 있어

발길을 돌렸다.

1시간 이내에는 환승이 된다는 버스표.

15분 거리를 매임 없이 걸었다.

다시 산들 1.4 유로 아닌가

 

11월 21일

아비뇽은 4도에서 8도 사이

 

1122() 06:00 아비뇽

서울시각 1122() 14:00

 

 

 

NOTE:

비 예보가 이어지는 아비뇽의 11월 21일
간밤에 비가 내려서
오늘도 궂은가 싶더니 아침이 되자 맑게 개였음.
청아한 하늘이 드러나더니 구름이 몰리면서
오후 3시부터는 다시 비로 내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