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이장님, [주간동아] 1년만 구독해 주시지요

강정순 2013. 8. 23. 08:52

누구라며 전화가 왔다. 등재되지 않은 070번호.

 

발신자 번호 아니면 이름이 뜰 때 나의 대응방법은 두 가지다.

 

- 이장입니다…….

 

이것은 782로 시작하는 경우다.

 

이번호로 시작하는 번호는 마을사람들.

 

그 이외번호는 모두

 

-상사이장입니다

 

인데,

 

[주간동아] 구례담당이란다.

 

일 년만 구독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이장들도 구독을 해주고 계시니 상사이장님도…….

 

이에 대한 응답은 간단하지 않다.

 

약간의 사설을 곁들여서 내린 답은, 아닙니다.

 

세상의 것들 모두 내려놓고 온 귀촌이다.

 

작은 것이나마 지위 권세 명예도 누렸으나


그런 것 다 포기하고 내려온 귀향이다.

 

한 때는 책속에서 길을 찾고 했으나,


와서 살아보니 자연만큼 위대한 스승이 없다.

 

세상의 것들로부터 비껴 산지 7.

 

이제는 누가 뭐라고 말해도 혹하지 않고

 

가슴에 품은 뜻이 없어지니 숨소리도 가지런해졌다.

 

그러니 텔레비전 수상기 하나 없이 살아가는 것 아닌가  


 

 

 

 

리사무소 벽을 배경으로 이장이 사진을 찍어준다.

 

20일 뒤에 떠나게 될 일본여행.

 

마을 분들이 스무 명에 이르렀다.

 

이 분들 중 일부는 여권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 우리 상사마을 주민 모두

 

旅券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되기를,

 

그래서 너른 세상을 통해 나를 보고 이웃을 보고 마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이장 시작 첫해에 靑島에서 西安 그리고 泰山曲埠까지 이르는 배낭여행이

 

이제 문화탐방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일 중 보람 있는 일이다.

 

가슴이 떨릴 때 가라고 한다.

 

그런데 다리가 떨릴 나이에 떠나게 되었으니 너무 늦은 것 아닌가.

 

그러나 여행에 늦은 때란 없다.

 

 

 

이달 중에 상사마을카페가 완공될 것이다.

 

긴 여름, 올 같은 더위가 없는 이때에


光州에서 온 일꾼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빵동아리가 만들어낸 갓구워낸 빵을 샛거리로 내어 놓고

 

냉장이 되어있는 식혜도 한 병.

 

그랬더니 유상각에서 지나가다 이런다.

 

-자기들이 샛거리 준비해다 먹는 것 아닌가?

 

그렇다.

 

준비해다 먹는다.

 

보온병에 얼음까지 채워온 물이 동이 날 정도의 날씨.

 

그들에게 주는 빵하나 얼린 물을 무한 리필해 줄줄 아는 마을이

 

우리 상사마을이다.


 

노천카페에 데크설치를 위한 앵글작업



 

매월 20일자로 마을실적을 제출하고 있다.

 

행복마을소득실적과 녹색농촌체험마을 운영실적.

 

도시경제과에 행복마을실적을 제출할 때 마다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하나있다.

 

- 월보고서는 월말기준이어야 할 것인데


20일 기준으로 제출하는 보고서가 어디 있는가.

 

행정기관에서 정한 기준일자는 바꿔지지 않을 것이다.

 

안 바꿔져야 할 것이 또 있다.

 

사람이 그렇다.

 

군청이나 면사무소의 담당자들이 왜 이리 자주 바뀌는지 모르겠다.

 

행복마을 주무관이 바뀐 지 반년이나 되었는가,

 

전화로 이번에 바뀌었다며 마을로 한번 인사를 오겠다고 한다.

 

오면 뭐하겠는가. 6개월 지나면 언제든지 자리바꿈할 공무원들인걸.

 

면사무소도 마찬가지.

 

산업계 농정업무는 관내의 농사일이다.


이 또한 일정 이상의 재임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상황파악이 되고 마을이장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 자리만큼은 2년 이상 보장해주면 좋겠는데


이 자리도 6개월이 시한인 모양이다.

 

이장 2년 반 동안 다섯 사람이 바뀌고 있다.

 

올해만 여직원만으로 두 번째. 여자라고 못해낼 것 있겠나, 만은

 

그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이라고 인사를 해오는 데

 

덕담을 건네야 할 자리임에도

 

맘속에서는 이러고 있었다.

 

- 6개월 지나면 다른 데로 갈 사람 아닌가,

 

술자리에서는 병권을 쥔 사람 마음이고

 

공무원인사는 인사권을 쥔 군수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수시로 바뀌는 공무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장으로서는 개운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