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서울댁

강정순 2010. 4. 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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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댁 가는 길은 험했다


구불구불 돌담을 따라 그 곳으로 올라가면 대밭가 겨울바람이 찼다.

 

담쟁이덩굴에 휘감겨 누운 검은 바위들과 지네


그런 곳으로 누군가 入宅을 했다.

 

- 외국에서 공사판 기술자 질 흐다가 떨어져 고생을 많이 했다제

 

- 그래서 요양흔다고 구례로 와서 좀 살았다마

 

- 어찌 아들을 못뒀쓰까

  

- 그래서 방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기름시롬 일남이 , 이남이라 흔갑제


 

그는 한동안 마을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고 나뭇간을 채우기 6년 쯤,


서울댁이라는 택호도 얻었다

 

세 집 건너, 그러나 말은 트지 않았다.

 

쉽게 정을 주지 않는 나의 성미가 이야기를 막았다.

 

 

구판장은 우리 마을 아크로폴리스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와 술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매일 구판장에 내려와 술을 마시고 올라가는 그의 손에는


막걸리병이 쥐어지고

 

참 팔자 좋은 양반이다,그런 정도의 기분으로 지나쳤다.

 

그런데 보름간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술이 들어찼으니 어찌 숨을 쉬겠는가.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였다기에 가 보았다.

 

상주가 없는 가여운 빈소.

 

그리고 오늘, 한 평 넓이의 공동묘지가 그의 전부가 됐다.

 

가서 보니 [성도 김희윤]의 묘비에 뭍은 진흙이


촉촉히 내리는 봄비에 씻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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