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댁 가는 길은 험했다. 구불구불 돌담을 따라 그 곳으로 올라가면 대밭가 겨울바람이 찼다.
담쟁이덩굴에 휘감겨 누운 검은 바위들과 지네 그런 곳으로 누군가 入宅을 했다.
- 외국에서 공사판 기술자 질 흐다가 떨어져 고생을 많이 했다제
- 그래서 요양흔다고 구례로 와서 좀 살았다마
- 어찌 아들을 못뒀쓰까
- 그래서 방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기름시롬 일남이 , 이남이라 흔갑제
그는 한동안 마을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고 나뭇간을 채우기 6년 쯤, 서울댁이라는 택호도 얻었다
세 집 건너, 그러나 말은 트지 않았다.
쉽게 정을 주지 않는 나의 성미가 이야기를 막았다.
구판장은 우리 마을 아크로폴리스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와 술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매일 구판장에 내려와 술을 마시고 올라가는 그의 손에는 막걸리병이 쥐어지고
참 팔자 좋은 양반이다,그런 정도의 기분으로 지나쳤다.
그런데 보름간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술이 들어찼으니 어찌 숨을 쉬겠는가.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였다기에 가 보았다.
상주가 없는 가여운 빈소.
그리고 오늘, 한 평 넓이의 공동묘지가 그의 전부가 됐다.
가서 보니 [성도 김희윤]의 묘비에 뭍은 진흙이 촉촉히 내리는 봄비에 씻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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