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잔인한 8월

강정순 2009. 8. 30. 18:59


   

다 들 어렵다고 한다. 누구 할 것 없이 줄이고 사는 세상.

그 가운데 먹는장사라니, 여름을 탈대로 타는 날들이 이어졌다.

스스로 위안하기를, 휴가철이다.그러니 손님이 준 것이다
손님이 드는 날의 설거지는 힘든 일이 아니다.
손님이 없다는 것, 그래서 힘든 것인데   맞은편에는 오꼬노미.

그곳으로 젊은 손님들이 드나드는 것을  맞은 편 우리 가게에서 지켜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 됐다.
나아질 것이다. 이제 4개월이 지나지 않는가. 그러면서 위로를 보내면 아들은 이런다.
-우리 가게는 손님이 안 드는 가게여요.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 버리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귀신이 붙은 가게인가 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걸 지켜보는 애비의 심정은 가슴을 깎는 일이 됐다
젊은 시작을 이렇게 하고 있으니 상실감이 이만 저만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도 힘이 되지 못하는 아버지는 할 말이 없다.
사람들은 다니던 집으로만 간다. 그래서 단골이 있는 법인데,

우리 집 단골도 폭이 엷어 그렇지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다.

우리가 내건 간판 메뉴가 도미조림.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일본에 있다는데, 실은 문구일 뿐,

조림장이 맛 들여 있는 분들이 다시 온다

 

낮에는 회덮밥에 갈치조림과 도미조림 그리고 생태탕이 나가고

알탕도 1인분씩 끓여낸다.

저녁에는 모듬회를 시키는 테이블에  7 천 원하는 도미조림을

회무침과 함께 서비스로 내어 놓으면 이런다.
- 이렇게 맛있게 하는 집을 모르고 여태 딴 데로만 다녔네요. 정말 맛있네요.
다시 오마

그러면서 나간 손님들중 다시 찾는 손님은  반절쯤 된다.
그 반절의 손님에 짝사랑을 하며 기다리는 것이 여름 장사다.

잔인한 8월이다.

기대와 우려 그리고 행운 속에 집을 나서선 실망과 낙담 속에 들어온다.

그런 날은 마음이 가라앉아서 말수도 준다.

시간이 많으므로 바닥을 닦는다. 튀김기도 다시 한 번,

그렇게 해서 식기구마다 빛이 난다.  

빛이 나면 뭐하랴. 타일 바닥이 닳고 더렵혀져야 가게에 빛이 나는 걸.

 

일요일은 쉰다.

우리의 동창이 향우회장으로 추대되어 용문산자락에서 나들이를 가짐에 있어,

중학교 동창들을 초청하였기에 나도 참석을 하여보았다.

재학 중에는 두각을 보이지 않던 그가 중년에 들어 사업으로 크게 번성하면서

오늘의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부럽지 않았어도

버스 3대 손님을 한꺼번에 받아들인 것이 부럽고 부러웠다.

그동안 밀린 잠으로 기지개를 켠 뒤,

다리를 건너 캐톨릭서울교구 수련장이 있는 찻길을 따라 가보았다.

시골길은 이런 저런 생각이 나를 휘감기게 한다.

이곳 용문에 댕기가 있다....그러면서 걷는 길

개울가 왼편에 조 욱(趙 昱) 선생 신도비가  탄생 5백년을 기려 세워져있었다.

그는 스승 조광조의 사화에 휘말려 은둔에 퇴촌을 거듭한 선비.

이곳 덕촌리가 후학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논하던 곳임을 알았다

그가 노닐던 洗心亭에 올라보니 풀과 잡목으로 무성하였다.

한때의 기개도 부질없는가, 지금의 내 고통도 부질없을 일인가....

 

밤기차를 타고 구례로 내려갔다.

4시간 30분 거리 구례구에 내려선 새벽 3시 반.

밤중에 들어섰으나 나를 반기는 건 여전히 똘이다.

두어 시간의 잠자리에 똘이는 아내와 틈새를 만들고

나는 돌돌돌 개울물소리를 들어가며 혼곤히 잠을 자고 났다.
이 곳이 내 거처임을, 나의 미래임을, 그리고 생활임을 ...

그랬는데

다니러 오는 곳이 되어버려서 기분이 착잡했다.
아내는 가게가 조금 나아지는가, 손님들은 꾸준한가, 오던 사람들은 계속 오고 있는가,

묻고 있지만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렇지 뭐.

 

한 번은 가게에서 밤 전화를 했었다.
-가게로 전화 한번 해 봐
-무슨 소리 하려고?
시골집은 장거리 통화 정액요금제다.

그래서 걸어달라고 한 것인데 아내는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는가' 묻고 있었다
-아니
그 전화를 끊고 난 뒤 갑자기 아내가 멀게 여겨졌다. 거리가 느껴졌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는데, 그런 앙금이 말수를 줄이게 만들었다.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에는 비가 온다는 핑계로 날 주저 앉게 하더니 낮잠 길게 자라 함이었던가

느즈막히 잠속에서 길을 헤메다 깨어보니 도로 이승이다.

 

선선해진 한 낮, 갈 바람은 겁나지 않는다.

힘든 8월도 이리 났는데 이 이상 더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

겁나는 건 사랑할 일이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는 가을이 두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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