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읍사무소에 다니는 건실한 청년을 남편으로 맞아들일 때만해도 그녀의 삶은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6.25사변은 그녀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쫓고 밀리는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공습을 맞은 것입니다. 남하하는 북한군을 이쯤에서 저지시키고자 했던 모양입니다. 거대한 B-29에서 쏟아 붓는 폭탄에 건물이 무너지고 철로가 절단 나기 시작한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기차역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녀가 무엇인가 번쩍 하는 것을 본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그만 소이탄燒夷彈에 휩싸이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눈앞이 캄캄한 것은 바로 그녀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끝내 실명을 맞이했을 때 그녀에겐 어린 생명이 커나고 있었습니다. 유복자로 태어난 아이에게도 공습의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울음을 모르는 장애아였던 것입니다 실명한 엄마에 장애아라니, 절대로 입양은 안 된다고 주변에 강변하던 것은. 그녀 자신이었는데 스스로 포기를 한 것은 아기가 돌이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실명한 엄마에게 아이는 너무나 큰짐이었던 것입니다. 아이가 가는 곳 모르게 가고 난 뒤, 그녀는 맹인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30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늦가을 그녀에게 한 신문사로부터 사실을 확인하는 연락이 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것이 자기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가슴속에 결코 지울 수 없었던 아이가 세계적인 조각가가 되어 미국에서 살고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살아있을 때 생모를 찾아주겠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은 양부모였습니다. 딸은 동남아 순회전시에 한국을 추가시켰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초로의 어머니와 어머니라고 부를 줄 모르는 딸과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중년이 된 딸의 얼굴을 더듬어 가는 어머니의 손놀림을 보면서 그녀는 비로소 어머니의 실명을 알게 됩니다. 한없이 흐르는 어머니의 눈물만 닦아주고 있던 그녀가 생모의 손을 이끌며 간 곳은 중앙에 자리한 조각상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초상]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단아한 모습. 카메라를 들이대던 기자들은 그만 놀라고 맙니다. 꿈속에서 그녀가 상상해가며 만든 어머니의 모습은 실제와 너무 닮아있었던 것입니다. KBS 1 TV동화 행복한 세상 방영 2004.1.14 |
NOTE:
- 메주 2013.08.13 19:34
엇갈린 운명! - 그래도 핏줄'의 끈끈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