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학춤과 해

강정순 2007. 1. 23. 09:48

                       

 

 

                   학춤과 해

 

비얌이 허물을 벗는 정靜한 아침엔
인력거를 끄는 미친 노인이 하늘에 대고
채찍질을 하는 통에 학은 그 부리로 제 몸을 쪼아
가엽게도 참 기막힌 푸닥거릴 한다

사금파리로 가르마를 따던 여덟달반 누이의
해뜨는 날마다의 내밀한 간통
학은 상접相接의 아이가 되어 춤을 추는데
태양은 그 손끝, 사금파리 위에서
한점 핏자국이 되어 버린 학의 간을 쫓는다

쫓기는 건 실상 아무것도 없다
미친 코카사스의 햇빛
한 2천 년은 광란할 말라 빠진 햇빛아
학이 흘린 핏물을 말리는 한낮엔
들려 오는 사팔뜨기의 호곡에 맞추어 학이 춤추면
그 승천의 비상을 짓밟아 버려라

병정들이 창칼을 끌고 간 패잔의 거리
위를 지켜보던
긴 한번만의 기다림. 비얌이 허물을 벗는 정한 아침엔
학이 울어 원귀도 따라 울어 비가 오는 날이면
학은 그 거리에 나와 미친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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