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사과궤짝속의 강낭콩

강정순 2006. 12. 14. 07:57

 

 

 

         사과궤짝속의 강낭콩 

 

 

       눈이 시려 오는 한낮 
      아이들은 즈그 자작으로 나가 버린 뒤
      참으로 한적한 때를 치워 보는 서랍
      묶음 속에 잠긴 편지들 속엔
      예대로 배인 빛바랜 냄새로 마음을 아리게 하더니
      지금은 누구의 사랑으로 하여 뒤돌아보는 그림자로 서서
      금새 타 버릴 것 같은 심지

      닿기라도 할라치면 잿빛으로 묻어 올 실타래를
      풀어 제치기에
      이제는 조금씩 닿는가 하였더니
      석삼동 지나서 마침내 떠난 정류장 
      오늘은 그 자리에서 
      찬수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게 무슨 바람이라고 
      한번 지나간 뒤를 마주하는 일도 없이
      흰 머리카락으로나 서서 보는
      사과궤짝 속의 강낭콩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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