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하는 스페인의 12월 1일

강정순 2019. 12. 2. 05:03

 

 

 

 

 

12월의 첫날을 바르셀로나에서 맞이한다.

1r Desembre

스페인어는 모를지라도

121일이라는 것쯤은

전후 문맥으로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1836년에 지어진 고딕형 건물

숙소가 여기에 있는데

동트는 아침이 되자 둥둥둥 북소리

무슨 일인가 하고 3층에서 내려가보니

 

 

 

바르셀로나 소방관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여행중 이런 기회는 흔치않다

 

 

 

선수들을 환영하는 가족들이 이미 들어차서

 

 

 

 

틈새를 밀고 들어가 구경을 했다

선수들이 입고 뛰는 저 조끼에는

자기가 몇 번 참가자 누구라는 것과

행사주관 소방서가 새겨져있다

 

 

 

 

바르셀로나 단합 달리기 대회라고나 할까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바르세로나 시민의 절반은 뛰고 있고

절반은 도로에 나와 박수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

나까지 다 울컥해졌다

가슴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는 뜨거움이 가득한 순간 순간이었다

 

 

 

 

 

저녁시간대 뉴스방송을 보니

첫 번째로 들어온 주자는 29분이었다고한다

 

 

 

저마다 자기 기록을 재어보면서

완주의 희열을 느끼는 대회참가자들

그래

내가 해낸거야

 

 

 

 

털썩 주저앉은 이 소방관 좀 봐

소방장비까지 메고 뛰었으니

가쁜 숨을 몰아쉴 수 밖에

 

 

 

 

시상식이 열리고 있지만

 

 

 

 

 

나를 위해 뛰고 있는 것이라서

 

 

 

 

등수는 중요해보이지 않아 보인다

1등이 아니면 살아 남을 수가 없는 한국사회에서

이 아니 특별한 광경인가

 

 

 

 

그러니 즐겁지 않는가

나 자신과의 내기

자기 만족을 위해 뛰고 있는 이들

행복해하는 저 기분이 그대로 표정에 나타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벌써 두 시간째

북치고 장구치고를 계속하고 있다

 

 

 

후미를 선점한지 이미 오래이면서

손에서 떨칠 수 없는 핸드폰

누군가에게 지금의 나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거리를 준비하여둔

아이의 엄마도 저렇게.

엄마가 너를 유모차에 태우고 17천명이 뛰는 마라톤에 참가 했단다

 

 

 

 

 

 

행사관계차량을 뒤에 세우고 호위를 받아가면서 

오늘의 꼴지임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이들

 

나는 수드 꼬레에서 왔어

이 사진을 블러깅할거다

 

1등 지상주의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실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웠어야 했다

 

 

 

 

 

우리도!

그러면서 차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어가길 마다치 않는데

이 모든이들이

바르셀로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동력처럼보였다

 

 

 

 

달리기를 끝내고 돌아가는 이 소방관

다가가 물어봤다.

나는 수드 꼬레에서 왔어

너희들 사진을 내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데

찍어도 괜찮겠어?

그래서 찍는다는 게 증명사진이 되어버렸다

 

네 아이를 둔 이 가족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 낳아 키우기도 막막해하는 우리가 아닌가

 

 

 

 

121() 21:10 바르셀로나  

서울시각 122() 05:00

 

 

NOTE:

12월 1일(일) 바르셀로나
아침기온은 10도
낮에는 15도의 맑은 날씨를 보였다.
바람도 불지 않아 덥다 싶을 정도.
볕은 따뜻했고 빛은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