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는 청정지역이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다는 것인데
智異山을 끼고 흘러내린 蟾津江이 있어 그렇다.
두 사람의 살림을 꾸려 내려왔던 12년 전만 해도 그랬다.
자고나면 편안했고 숨쉬기가 좋다는 소리를
아내로부터 전해듣는 가벼운 즐거움.
그랬는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淸淨 求禮]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 지경이 됐다.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역이 됐다.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97 마이크로그램까지 오른 구례가 됐으니
대기 오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지 않고 정체되는 데다
산으로 둘러싸인 盆地型 구례라는 독특한 지형으로 해서
한 주일 내내 몸서리를 쳤다.
이제 미세먼지는 자연재난이다.
매화마을로 흘러가는 이 강물, 蟾津江
강물도 잿빛이 됐다
몇 년 전에 십억 대의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멘콘크리트 건축물
이 문에 가려져 老姑壇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로 해서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히 바깥출입을 자제하게 되는데
시골 생활이라는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들일이 왜 없겠는가
두 번 가야 할 때 한번 가는 꼴이다
5년 후, 10년 뒤의 내 四柱八字 보다는
하루치 일수가 더 중요한 것이어서
뉴스는 안봐도 날씨 예보는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
미세먼지라는 초유의 大亂앞에 달리 방법이 없는가
없다면 팥죽이라도 뿌려서라도 自然災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西海상공을 통해 여기까지 도달했든
化石燃料로 인한 우리 내부의 요인이든 간에
에전같은 푸른 강 맑은 공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구례 사람들도 마스크를 일상화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도회지와 달리 시골은 농촌이어서 그게 잘 이루어지겠는가 싶은데
먹물들인 옷 입고 사는 사람이야 산사에서 杜門不出한다지만
수영장이라도 다니고 문화교실 수업도 받는
識이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은 이미 마스크 世代가 됐다
큼지막한 가죽가방을 메고 걸어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편지를 배달했던
그 때가 좋았을까. 그랬을 것이다.
마당에서 썰어 말리는 돼지감자를 뒤적이고 있는데
바이크로 우편물을 넣고 가는 집배원.
마스크를 쓰지, 하였더니
고객들 앞에 마스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라는 데
고객을 앞에 두고 썼든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자연 노출하고 지내지만
미세먼지는 세계보건환경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유기농 제품이라고 해서 열광하던 일도
옛 이야기가 되는 시절이 올 것이다
우리 집 장독대에 소금항아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작년과 달리 소금 표면이 누렇게 변해 있다
간장독 입구를 비닐로 밀봉한 뒤 항아리 뚜껑을 덮지 않는다면
틈새를 타고 날라드는 미세먼지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시장 좌판대에 놓인 구워먹는 치즈
시식하고 가세요
그런데도 프라이팬위의 구워놓은 치즈에
가는 손이 없다.
미세먼지는 가던 손길도 거두어들이는 指南鐵이다
틔워 키운 화분에 꽃이 피었다.
황사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피어난 꽃이니
어찌 예쁘지 않는가.
거리 한쪽에 화분을 늘여놓고 한다는 말,
2천 원씩입니다.
세상은 화분 하나로도 밝아 질 일인데
그 돈이면 복권하나 사는 게 낫겠다는 셈법을
이곳 사람도 하고 산다
나무를 심기 알맞은 3월이어서
묘목장수도 한철 장사를 시작했다.
7천 원 선에서 과실나무를 한 그루 사 심어두면
3년지나 열매를 볼 수 있다.
그 3년 후 이 봄에도
미세먼지를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살 것인가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해 주시고
외출했다 집에 귀가해서는 반드시 비눗물로 손을 깨끗이 씻어달라는
보건당국의 안내를 언제까지 듣고 살아야 하는가
마는
손은 씻고 입은 헹구는 일도
마스크 착용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됐다
10년을 지낸 이 매화나무도
올해 같은 최악의 미세먼지를 제 나이테에다 새길 것이다.
켜켜이 뒤틀리고 굴곡진 나이테는
지구의 기후변화가 가져 온 흔적 아니겠는가
이런 재앙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세대가 됐다
NOTE:
인간이 재앙이다
농약,제초제,전기 감전 철조망, 도로, 로드스킬, 사냥 ....
청솔모도 사라지고 다람쥐도.. 너구리 족제비도, 수달도 사라지고...
고라니 , 사슴도 죽이려 하고....
너네 인간들 과수원 몇천평씩 하며 농약 제초제 살포하고
곤충계도 망가지고...
인간이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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