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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농촌체험 1200억원 쏟았는데

강정순 2015. 1. 17. 11:20

 

농촌체험 1200억원 쏟았는데… 3분의 2는 '개점휴업'

양극화 심한 체험마을… 594곳 중 194곳만 성공

 

농촌체험마을 방문객 수가 한 해 500만명을 넘어섰다. 2007년 157만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520만명을 기록했고, 올해 57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02년부터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은 농촌체험 마을 수는 594곳. 하지만 농림

 

수산식품부가 성공했다고 평가한 곳은 194곳으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농촌체험마을 지원에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은 1200억원 정도. 594곳의 마을은

 

정부로부터 똑같은 2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주민의 열의, 창의적인

 

프로그램 여부에 따라 갈렸다. 한 해 1만명 이상이 찾는 마을이 있는 반면, 방문객이

 

200여명에 그치거나 손님이 아예 없어 문을 닫은 마을도 있다.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해바리마을은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04년부터 농촌체험 사업을

 

시작한 해바리마을은 첫해 방문객이 100명에 그쳤지만 2005년 2000명,

 

지난해 1만100여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1만1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사업 시작 7

 

년 만에 방문객 수가 100배를 넘은 셈이다.


양명용(54)씨의 50년 된 유자 농장 3만5000㎡는 유자 따기 체험장이 됐다. 임태식(71)씨의

 

참다래 과수원, 양득용(51)씨의 매실 과수원은 주말이면 수확 체험이 펼쳐진다. 30년 동안

 

어부를 해온 탁영환(54)씨의 3t짜리 소형어선은 전어 주꾸미를 잡는 선상 어부 체험에 쓰인다.

 

해바리마을 운영위원장 양명용씨는 "우리 마을에 오면 농촌과 어촌 체험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관광 프로그램화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 한밤중에 물이 들어온 갯벌에 횃불을 켜 놓고, 불빛에 이끌린 낙지를 잡았다고 한다.

 

횃불 낙지잡이는 30여년 전 명맥이 끊겼다가 농촌 체험 상품으로 부활했다. 목선을 만들기

 

위해 60년 전에 심었다는 2만㎡ 편백나무숲은 이제는 마을을 찾은 이들의 휴양림이 됐다.

 

마을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 마을 98가구 중 35가구 주민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러자 가격이 내려갔다. 1박 2일 체험 프로그램에 1인당 5만8000원이면 즐길 수 있다.


어려움에 처한 마을도 많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검단마을은 2008년 똑같이 2억원을 지원

 

받아 체험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최근 찾은 검단마을은 곤장

 

체험에 쓰인다는 곤장대, 윷놀이 멍석이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떡메치기 체험에

 

쓰였다는 나무 떡메와 나무판은 마을회관 계단 밑에 방치돼 있었다.


이 마을 관광객은 2009년 200여명, 2010년 50여명이었고, 이후론 사실상 손님이 끊겼다.

 

벌어들인 수익은 몇백만원 수준에 머문다. 마을 대표 김한수(78)씨는 "주민들이 생업에 바빠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며 "상시로 프로그램을 관리할 사무장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도 가족 단위의 방문 전화 문의는 온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에선 대응 인력 부족으로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예산의 효율성을 따져 지역별·마을별 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고자:이재준    조선일보 발행일 : 2012.11.16 / 사회 A18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