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매물로 나온 농가주택

강정순 2013. 6. 20. 06:32

한 낮의 열기를 짐작이나 하겠는가,

엷은 안개 사이로 선선해진 아침 기운이 다가 왔다.

예고는 했다.

창고정리를 시작한다. 방송이 나가지 않더라도 5시에 일손을 모아 달라.

제일 먼저 김산경씨가 나와 주었다. 뒤이어 김길호 개발위원.

-어제 써레질을 하느라 늦잠을 잤네요.

5시 10분이 늦잠이란다.

 

 

 

- 운동가시나요?

- 아뇨. 5시에 창고 치운다는 방송 하셨기에.

그러면서 희은이 가은이 아빠도 반바지 차림에 면장갑을 낀 채 나와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새로 이사를 온 분도 손을 모아주셨다.

 

 

 

- 집을 사서 오신 분이군요.

- 네 월요일 이사를 왔습니다. 그러잖아도 이장님을 찾아보려고 했었지요.

- 잘 됐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에게는 이장이 일러드릴 말씀도 있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창원에서 왔단다. 직장을 정리했단다.

한옥집에 살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이 집을 샀단다.

부인이 58년 개띠. 자기는 한 해 위란다.

 

 

창고가 비워졌다.

이 빈자리에다 탁구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쓰지 않고 집안에 놓여있는 운동기구들을

내 놓겠다는 집이 있다.

이들을 모으면 우리 마을 체력단련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화엄사입구 상가로 갔다. 왕형수가 빠진 자리.

백반이 준비되어있단다.

-재첩국도 됩니다.

-그러면 재첩국으로 8인분.

이 돈은 마을비로 나간다. 명분이 있지 않는가.

- 이 분은 희은이 가은이 아빠이고

여기는 집을 사서 새로 이사를 온 분.

여긴 개발위원장이시고 저긴 부녀회장입니다.

해장술도 모주로 한 잔, 그랬더니 사양하겠단다.

비워진 창고 벽 도색을 언제 하느냐, 누가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하며 가볍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새로 이사를 온 분이 이런다.

- 금요일은 잔금을 치러야하기에 참여가 어렵겠는데요.

그런가.

1억6천 이상의 매수금을 내고서도 집 판 이의 이사비용까지 안기로 했단다.

팔고 가는 사람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호재를 만났으니

팔고 사는 운세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그 집이 어떤 터에 지어진 것인지 그 내역을 우리는 안다.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의 과정을 안다.

그러니 얼마면 되겠다, 그 이상의 값어치는 없다,

라는 매김도 우리는 하게 된다.

마을 속으로 들어와 물어야 한다.

인터넷에 오른 매물정보에 그 집의 내역까지 담길 리 없다.

 

밀밭위   매물로 나와있는 농가형한옥집

 

 

구례군에서 인재풀 제도를 추진한다.

지난 1월 군정업무보고회의장에서 내가 제안했던 사항.

- 우리 상사마을은 귀촌자가 전체 마을가구수의 45%에 이른다.

이들은 각계각층의 전문분야에서 종사했던 분들로

이들이 가진 달란트를 마을일에만 쓰기 너무 아깝다.

그러니 군정업무를 해나감에 있어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에

이분들을 활용해 달라.

해서 구례군청에서 인재풀제도추진문서가 내려왔다.

반년 걸려 내려온 이것을 가지고

홍영기교수댁으로 갔다.

 

 

간간이 이어지는 말소리. 그리고 맷돌 돌아가는 소리.

가서 보니 찻잎을 덖고 있는 중이었다.

보름전 이 집 잔디밭에서 마을잔치가 열렸다.

어둑해져 가는 초저녁 틈새로 첼로가 흘러 나갔었는데

그 자리 마루에 놓인 다반茶盤에 고욤잎 꾸지뽕잎 덖어 만든 약차가

말갛게 걸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