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놓고 기르는 개에 대해 방송을 해달란다.
이장이 남의 집 개 풀어놓고 기르는 것까지
방송을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여자노인당에서 하나같이 성토를 하고 나섰다.
- 하지 감자 둔덕에 비닐 덮어 놓은 것 발로 헤집고 뜯어 놓…….
- 쥐약 놔서 죽여뿌러
- 노란다마
별별 말씀들이 다 많아서 아침에 방송을 한 번 했다.
- 놓아기르지 마시라
풀어 놓아 빈축 사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글쎄.
개가 무슨 죄이겠는가.
- 아래에서 물을 안받겠다하면 물 못 떠는 법이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마을관습법에
그런 법이 있는 모양이다.
벼농사를 하던 논에 콩을 심겠다고
언덕 쪽으로 흙을 파 올려 배수로를 내다보니
도랑보다 낮은지라 손쉽게 아래로 물꼬를 낸 것.
이해당사자간에 주고받을 일이란다.
이장이 나설 일이 아니란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이,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제각기 해석을 달리하여서 그 것이 더 불편하다.
한 주 걸러 목욕봉사를 해주는 재가복지센터가 있다.
이 날을 기다려 아침부터 느티나무 가에 나와
오는 차를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하는
한가로운 풍경 속으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 하 저런 멍청이가 있나
- 야 이놈아 내가 니보다 네 살이나 위여, 뭐라고?
舊怨은 묵을수록 깊어진다.
한쪽에서는 그 쪽대로 할 말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분명한 법.
그래서 시비가 된다.
품삯을 깎은 모양이다.
당한 사람은 그것을 안고 한이 되었고
다른 쪽에서는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여서 그런가 했더니
또 달리 산길을 터서 길을 내는 그것으로도
앙금이 있었던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 한쪽에서는 부인이,
다른 쪽에서는 아들이 이웃하여
볼썽사나운 일이 되었다 싶었더니 이런다.
- 성님들은 아들인갑소. 아들은 싸워야 큰다는디 클라고 그러끼다.
분은 삭혀야 되는 법,
삭기도 전에 재가복지센터에서 승합차가 왔다.
고마운 일이다.
누구라서 마을 어르신들을 모셔가며
목욕에 점심대접까지 하겠는가.
욕탕은 탐진치를 씻어내는 용광로 같은 곳.
아니 스스로 도취하는 나르시스.
제 몸 열심히 문지르고 닦기로 등짝은 별수 없지 않는가.
- 이리 대씨요 성님. 세상 어렵게 살거 없어
그러면서 김산경씨 등짝도 밀어주고
대산아재
세상의 온갖 짐을 다 지고난 사람같이
등짝이 바로 대산아재 이력서인 것을 알겠다.
오늘은 술이 없단다.
그러면서 오리불백을 내어 놓는데 .
기어이 술을 사며 소주를 깔고 맥주로 말아
한 잔씩 돌리면서 이런다.
- 이형. 우리 다 잊고 살세. 드시게
- 순천으로 가는 차속에서 신호를 받고 정차를 해 있는데
뒤에서 쾅 하고 받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거지
- 전혀 모랐구마. 이야기를 안해준깨 알수가 있어야지.
- 광춘 그 여자랑 가다 그런건가
- 아따 뭘 그리 알라고 그래 쌌소.
이 정도에서 이야기는 일단락이 되었으나
이것으로 잠재워질 일인가.
여기에 덧살을 붙여 돌고 돌아
한 살림 차렸다는 식으로 돌아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
-동네일이라는 것이 항상 이렇다 말이시.
사리가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안 그러면
빙빙 돌아서 전혀 엉뚱한 일이 나온다 말이시.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KBS 1FM이다.
서울에서는 93.1이나 여기서는 92.3MHz
정은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
오늘 시그널 멘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 환경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구독자에게
독특한 선물을 주는 잡지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멀리 아프리카 우간다에 독자의 이름으로
나무 한그루를 심어주는 것이랍니다.
재생용지를 통해
살아 있는 나무 한그루를 보존하려는 환경잡지답게
아무런 상관도 없는 먼 땅에다
나무 한그루를 심는다는 게 새로웠습니다.
봄은 땅에 나무를 심는 계절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의 행복을 꽃피우는 계절이다,
봄은 그렇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
그러면서 듣는 Westlife의 You raise me up
이 노래를 사이로 山城里 절골 뒷산으로 해가 진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6시 13분.
NOTE:
- eddy 2011.03.13 23:29
이게 강이장님 마을 이야기지 하며 읽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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