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3월 5일 이장의 하루

강정순 2011. 3. 5. 22:04

제각으로 내려갔다.

 

祭閣은 대웅전과 같은 곳,

 

요사채라할 살림집에 객이 들어 산다.

 

흘러들어온 사람을 누군가가 거들어 그 자리에 놓았다.

 

익히 들은 바는 있다.

 

홀로 사는가 하면 여자가 바뀌고,

 

그러면서 마을과는 동떨어진 사람이 되어갔다.

 

내 보내고자 하였으나 5백만 원을 내어 놓으란단다.

 

애물도 그런 애물이 없는 모양이다.

 

삶이 고단하면 이야기가 많은 법이다.

 

무슨 휴대전화가 그리도 긴지

 

이장이라고 하였더니 수화를 내리고서 마루를 내놓았다.

 

언제 바뀌었는가, 몰랐다

 

그런 소리를 뒤로하고 검침을 했다.

 

1780.

 

수도계량기의 이 눈금은 의미가 없다.

 

예외로 존재 했던 집이다.

 

앞으로는 이 집에도 수도요금이 부과 될 것이다

 

 

 

 

 

 

내일 아침에 헌 옷 모으기를 한다는 것

 

소석회 신청을 받는다는 것

 

맛닭 신청은 4천 원씩 20수 이상 받는다는 것

 

그렇게 달력 이면지에다 써서 알림판에 붙이고 오는 데

 

회관으로, 오토바이 하나가 들어섰다.

 

읍내에 살고 있는 이종숙씨란 분인 데

 

잠실蠶室로 들어가는 소로길 포장을 상의하러 온 것.

 

그 길로 들어가는 곳에 연관된 지주가 두 사람이나 된다.

 

토지사용승인서를 받아야할 뿐 아니라

 

인감증명서도 첨부를 시켜야 한다.

 

관청에서는 불여튼튼한다고 한다지만 글쎄..

 

 

그러지 않아도 배수로공사건이 하나있다.

 

초당 뒤에 흘러드는 물길을 돌리고 싶어 하는데

 

글쎄

 

초당 뒤로 가보았다.

 

그러니까 한 6년쯤 이 길로 해서 청천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이 길로 다닐 사람도 없다.

 

경지정리가 된 논은 넓혀졌지만 옛길은 없어졌다..

 

잊히고 묵혀진 길은 또 있다.

 

상골로 가는 길.

 

그 길처럼 운치 있는 길도 드물다.

 

그곳도 寧川 이씨들 제각이 있고 살림집이 있다.

 

지금은 이종기씨가 자리를 틀고 앉은 곳.

 

손이 한사람 있었으나

 

어렵지 않은지 봄동 무쳐서 점심상을 내놓는다.

 

- 오빠 술 한 잔 흐실라요

 

- 그럴까

 

그러면서 잔을 받는 데 나도 初老에 들고

 

저 동생도 적지가 않아 다 같이 나이든 줄을 알았다.

 

해주 오씨들의 제각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변방과 같은 곳이다.

 

- 전화를 해주소, 안 그러면 통 모른단말이시

 

그러마, 고 말마다 큰소리로 하는 것은

 

보청기가 아니면 한마디도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런 아재와 대동회때 나온 바 있고

 

그 후에 남자노인당에서 재론된 바 있는

 

마당머리 급수원지 땅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했다.

 

- 탱크 청소하는 물이 녹차 밭으로 안 쏟아지게끔

 

 호스를 연결해서 다른 곳으로 뺄 테이니

 

등기상으로나 뭐로 봐도 아재 땅인깨

 

급수시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만있으시오

 

아재는 공동묘지 초입머리까지 나와서 나를 보냈다.

 

 

 

 

 

 

공동묘지는 두 군 데,

 

그러니까 生葬이 와서 묻힌 구 공동묘지와 새로 만든 시범 장묘지.

 

안내판은 뒤틀린 채 낡고,

 

그래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러면서 새로 지은 곳에 가보았더니 아직은 을씨년스러웠다.

 

여자 쪽은 어쩐지 모르겠으나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를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차라리 수목장으로 터를 입힌 잔디위에다

 

육신을 재로 뿌리듯 糞便을 내 보낸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이 길로 오는 이가 오늘 또 있다.

 

휠체어에 의탁해서 오는 오동수씨.

 

뫼터리로 해서 마당머리로 한 바퀴 도는 데 1

 

시간이 더 걸린단다.

 

매화나무 가지가 젖앓이하는 계집아이 젖꼭지만큼

 

송송송 커진 마당머리길을

 

한들한들거리며 같이 가는 도우미 아주머니.

 

- 운동을 하는거요, 운동을 시키는거요?

 

지리산사슴농장에 사슴들이 없어 망정이지

 

퍼지는 봄날

 

중년으로 들어가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확 트인 웃음소리에

 

사슴들이 놀랬을 것이다.

 

 

 

 

 

 

평전으로 올라갔다.

 

해는 아직 저만큼,

 

땔나무를 한 짐 해보려 했더니 2반 반장님이 말동무가 됐다.

 

도라지를 심을거란다.

 

겉옷처럼 소나무 잎들을 긁어모아 덮어주겠단다.

 

그러면서 불 땐 아궁이를 소망하셨다.

 

- 죽어도 못흐게 흔단 말이요

 

나이 들면 기력이 딸리고

 

그러다보면 나무를 해댈 수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닌가.

 

이 나도 잠시일 뿐,

 

 

 

 

 

어제 신고를 한 장수길 53번지에 가로등불이 들어왔다.

 

오채수씨집에는 외지 차량이 세대들어 민박중이고

 

박점식씨 집으로 가는 조합퇴비는

 

마을회관 귀퉁이에 그대로 놓여있다.

 

오늘 2반에 이삿짐을 푼 집 있는데 아직은 어수선할 것이다.

 

 

 

고적한 토요일 저녁에

 

놉을 사서 저녁을 먹게 된 한인구씨의 차가 3반으로 올라간 뒤

 

과제물처럼 민원 하나를 쥐어 들었다.

 

"윗논의 물꼬를 우리 집 쪽으로 터놓았네요"

 

 

 

 

 

  

내일은 일요일

 

 

10시에서 12시 사이 구판장 자리에서 헌옷가지를 모은다.  

 

 

 

 

 

NOTE:

  • eddy 2011.03.13 23:35 
이장 업무 보랴...바쁠텐데...언제 이리 긴 글을 쓰시나 몰라...
마을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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