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서울댁이 우리 집을 찾아 왔다.

강정순 2011. 1. 18. 14:30

서울댁이 우리 집을 찾아 왔다.


마을 부녀회 총무도 함께


무슨 일인가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여기며 맞아 들였더니,


바깥분 생일이 이달이라며 1주기를 맞아


마을분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싶은 데 의향은 어떤가


그리 물어 오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유족의 뜻을 받들기로 하였다.

 

마을 분들이 나서서 安葬을 한 것이 지난 해 41.

 

그 날 [구례에서]속에 이런 글을 하나 올렸었다.


 

금산댁 가는 길은 험했다. 

구불구불 돌담을 따라 그 곳으로 올라가면

대밭가 겨울바람이 찼다.

담쟁이덩굴에 휘감겨 누운 검은 바위들과 지네

그런 곳으로 누군가 入宅을 했다.

- 외국에서 공사판 기술자 질 흐다가 떨어져 고생을 많이 했다제

- 그래서 요양흔다고 구례로 와서   좀  살았다마

- 어찌 아들을 못뒀쓰까

- 그래서 방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기름시롬 

   일남이 , 이남이라 흔갑제

그는 한동안 마을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고 나뭇간을 채우기 6년 쯤, 

서울댁이라는 택호도 얻었다

세 집 건너, 그러나  말은 트지 않았다.

쉽게 정을 주지 않는 나의 성미가 이야기를 막았다.

 

구판장은 우리 마을 아크로폴리스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와 술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매일 구판장에 내려와 술을 마시고 올라가는 그의 손에는

막걸리병이 쥐어지고 참 팔자 좋은 양반이다

그런 정도의 기분으로 지나쳤다.

그런데 보름간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술이 들어찼으니 어찌 숨을 쉬겠는가.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였다기에  가 보았다.

상주가 없는 가여운 빈소.......

그리고 오늘, 한 평 넓이의  공동묘지가 그의 전부가 됐다. 

가서 보니

[성도 김희윤]의 묘비에 뭍은 진흙이 촉촉히 내리는  봄비에  씻겨지고 있었다.

                 

                  

 


 


경노당에는 요즘 이래저래 먹을 자리가 많았다며


돈으로 나눠주기를 희망하였다.

 

보내온 분의 뜻이 훼손되지만 않는다면


것도 괝찮은 것이라 여겨서


서울댁이 보내온 돈 40원을 봉투 네개로 만들었다.

 

평소 나누기를 좋아하셨던 고인의 유지와


홀로 남은 서울댁의 마음을 함께 이 봉투에 담았는 데

 

마을 분을 대신하여 유족분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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