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근로기준법

강정순 2010. 10. 22. 21:06


아침  640. 마을에서 차가 하나 떠난다.

남자 다섯에 여자일꾼이 일곱.

차는 도중에 한 사람을 더 태우고 산림조합마당으로 들어선다.

그 때가 7  

溫洞이란 곳에서 오는 차가 하나 더,

이렇게 해서 모은 여남 일꾼들이 鰲山으로 들어

고사리를 심기 시작한다.

이 일은 앞으로 며칠 더 이어지는데

아주머니들이 각자 점심 싸와 벌어가는 품싻이

하루 4만원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다시없는 돈벌이다.

 

 

뿌리는 이미 하얀 눈이 텄다.

이 눈에서 새순이 올라 고사리가 되는 데,

중장비로 파헤쳐 긁어모은 것이라

곳곳이 눈이 틔지 않는 뿌리들이다.

심는 일꾼마다 이래가지고 어디 순이 나겠는가,

러면서 한주먹씩 파 심고 있는데

싣고 온 농장주는

자신이 장담한다며 오히려 태연하다  

- 심어 놓으면 새순이 생깁니다  

심는 사람은 물론이고 보는 나도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산에다 쏟아 부은 나랏돈은 임자가 없다.

농장주는 모종을 팔아 벌이가 되고

일꾼은 품싻으로 벌이를 삼는 데  

오늘은 四聖庵 가는 길가 벚나무 식재작업 현장에

젊은 과장이 나타났다  

- 저 사람은 일 끝날 때 쯤 나타나서

제 시간 꽉 채우게 한단 말이요  

아니나 다를까  

평소처럼 525분에 마감을 하고 있는 데

일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산중에는 일찍 땅거미가 찾아온다.  

65분이 되어서야 떠나는 차

 괭이질에 삽질로 지친 일꾼들.

휴일 없이 이 일이 13일째.  

이들에게 적용할 근로기준법은 없다  



- 동생 형제간에도 가는 것이 많아야 된단 말이시  

지금 섬진강을 끼고

곡성 구례 사이 경계를 이룬 논곡리 마을을 향해 가는 차속  

八旬에 가까운 이 분이 그러고 있다

 살아본 세상이 그렇다는 것인 데,

내가 손해 본 듯 살면

남한테 궂은소리들을 일도 없을 것이다.  

砂防공사를 하는 곳은 

 하늘이 손에 닿을 듯 너무 외진 골짜기여서 

 찾아가기만도 반시간이 더 걸렸다  

이곳에도 기와집이 한 채 자리를 틀고 앉아 있고

이웃해 서까래가 흰 살을 드러내고 있는 곳 가에 오

늘의 일터가 있어서 이 분들하고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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