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40분. 마을에서 차가 하나 떠난다.
남자 다섯에 여자일꾼이 일곱.
차는 도중에 한 사람을 더 태우고 산림조합마당으로 들어선다.
그 때가 7시.
溫洞이란 곳에서 오는 차가 하나 더,
이렇게 해서 모은 여남 일꾼들이 鰲山으로 들어
고사리를 심기 시작한다.
이 일은 앞으로 며칠 더 이어지는데
아주머니들이 각자 점심 싸와 벌어가는 품싻이
하루 4만원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다시없는 돈벌이다.
뿌리는 이미 하얀 눈이 텄다.
이 눈에서 새순이 올라 고사리가 되는 데,
중장비로 파헤쳐 긁어모은 것이라
곳곳이 눈이 틔지 않는 뿌리들이다.
심는 일꾼마다 이래가지고 어디 순이 나겠는가,
그러면서 한주먹씩 파 심고 있는데
싣고 온 농장주는
자신이 장담한다며 오히려 태연하다.
- 심어 놓으면 새순이 생깁니다.
심는 사람은 물론이고 보는 나도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산에다 쏟아 부은 나랏돈은 임자가 없다.
농장주는 모종을 팔아 벌이가 되고
일꾼은 품싻으로 벌이를 삼는 데
오늘은 四聖庵 가는 길가 벚나무 식재작업 현장에
젊은 과장이 나타났다.
- 저 사람은 일 끝날 때 쯤 나타나서
제 시간 꽉 채우게 한단 말이요
아니나 다를까
평소처럼 5시 25분에 마감을 하고 있는 데
일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산중에는 일찍 땅거미가 찾아온다.
6시 5분이 되어서야 떠나는 차.
괭이질에 삽질로 지친 일꾼들.
휴일 없이 이 일이 13일째.
이들에게 적용할 근로기준법은 없다.
- 동생 형제간에도 가는 것이 많아야 된단 말이시
지금 섬진강을 끼고
곡성 구례 사이 경계를 이룬 논곡리 마을을 향해 가는 차속.
八旬에 가까운 이 분이 그러고 있다.
살아본 세상이 그렇다는 것인 데,
내가 손해 본 듯 살면
남한테 궂은소리들을 일도 없을 것이다.
砂防공사를 하는 곳은
하늘이 손에 닿을 듯 너무 외진 골짜기여서
찾아가기만도 반시간이 더 걸렸다.
이곳에도 기와집이 한 채 자리를 틀고 앉아 있고
이웃해 서까래가 흰 살을 드러내고 있는 곳 가에 오
늘의 일터가 있어서 이 분들하고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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