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간 차가워진 날씨, 유상각遊賞閣의 마룻바닥도 시리다.
추석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바깥출입이 줄어들고
마늘을 파종한다, 배추를 솎아 낸다,
그런 밭농사도 한몫 더해 유상각에서 머무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오늘로서 유상각을 내린다.
여름 한 철, 우리 마을의 한축인 3반 유상각은
어느 곳보다 재미진 곳이 됐다.
뽕잎 콩국수, 팥칼국수, 카레, 동태매운탕, 닭백숙등 독
거노인들로서는 혼자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음식들이 만들어져 나오니
올여름 우리 반 주민들은 입이 즐거운 여름이 됐다.
따로 먹을거리를 걷지 않아도 쌀을 낸다,
묵은지를 가져온다, 고구마줄기를 뜯어와 된장에 무친다.
다녀가는 자식들이 제 부모 거두어 주는 치하를 하고 가며
5만원을 놓고 간다.
그런 일들은 모두 장부에다 일일이 기록으로 남겼다.
밥도 여럿이 먹어야 맛이 나는 법.
독거노인이거나 두 부부 살아가는 마을사람으로서는
여럿이 모여 앉아 한 끼를 나누는 이 자리가 여
간 고마울 수 없는 일이다.
자연히 치사는 부녀회장에게로 모아진다.
오늘로 유상각을 닫기 전에
뒷산에서 싸리버섯 한 송이와 꽃버섯을 뜯어와
소고기국을 끓여 내 놓았더니 이런다.
- 사 왔단가?
이 분들은 이제 마을회관 노인당으로 옮겨간다.
다시 그곳에 가면 밥이 있고 술이 나오겠지만,
편키로 이만 하겠는가 싶다.
부부로 평생을 함께 할 수는 없는 법.
할 수만 있다면 공동취식을 하는 것은 어떨까.
올여름 3반 유상각을 통해
장점 많은 공동체생활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상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밀빵 만들기 (0) | 2010.10.02 |
---|---|
부뚜막위의 고양이' (0) | 2010.09.30 |
어머니의 새마을열차표 (0) | 2010.08.18 |
내 새끼 고양이와 은서 (0) | 2010.08.07 |
한상길 회장이 주선한 저녁식사자리 (0) | 201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