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댁은 얌전한 사람이다. 마을에서 누구 ~하면, 그 사람 어떠네~하게 되는 데 이 분은 얌전한 축에 속한다. 종갓집에서 그런 소리 듣기 쉽지 않다.
43년전 이 집 문중에서 떼죽음을 당한 일이 있다. 화개 쌍계사 쪽에서 빗돌을 싣고 오던 중 트럭이 전복되는 바람에 장정 아홉이 죽고만 것.
처참한 주검이어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시아버지와 지아비가 함께 죽었으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겠는가.
서른 나이에 아들 하나에 딸 둘을 키워낸 화순댁의 고초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삼월 초아흐렛날 시아버지와 지아비 제사를 마치고 나서 이튿날 화순댁이 죽었다.
살아 한 날 한시에 같이 죽지는 안했어도 죽어 한 날 같은 제사를 받게 되었으니 부부의 연이 이보다 가상할 수가 없다.
길지 않은 세월을 일흔 셋 나이로 짧게 죽어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애석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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