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그냥 조화를 만들어 놓았더니

강정순 2006. 12. 2. 22:52

 

 

 

  

 

                그냥 조화를 만들어 놓았더니 

 

 

 

 

 

밥 판도 여 나르다 영등포 시장에서 순대도 해서 판
늙은 어미가 가는 마당
일찍이 아비 없이 세상에 왔으니
배움이 있는가 돈이 있는가
그래도 선영先塋 찾아 읍내邑內에다 차린 빈소
열 개는 고사하고 한 점 조화도 없어

대통령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비서실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경호실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감사원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중앙정보부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검찰총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치안본부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국세청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보안사령관 이름으로도 만들어 놓고
사회정화위원장 이름으로도 만들어 줄줄이 세웠더니

보게나 살아 꽃 한 송이 받아 본 적이 없던 어미가
죽어 꽃들 속에 누운 모습이라니
청와대 특명 밀명에 밀사密使란 밀사는 다 해낸
실세 중의 실세
그래서 신분이 감춰져 우리가 모른 거여
수군거리며 안 올 사람 올 사람 구분도 없이
고을 사람들 난리난리 이런 난리가 없네

군수도 조문弔問하고 간 다음날 다시 와서 문상問喪하고
서장도 지서장들 우 데리고 와서 무릎 꿇고 있다 가고
조합장도 세무서장 문상 끝나길 기다리고
교장 뒤에 서무과장 육성회장 자모회장
우체국장 보건소장 소방서장도 오늘은 줄 끝이라
주재 기자도 중앙의 숨은 거인 미루어 추측 기사
머리 고기 새우젓을 장의식장에서 내어놓으니
묘 터까지도 선선히 내어놓은 번영회장이라니

그는 울기만 했네
사람들 다가와 조의弔意 조문하는 것을
그는 그저 울기만 했네
어미가 죽어 서럽고 사람들 하는 모양이 서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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