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종이를 가져오라 지바여

강정순 2006. 11. 29. 20:20

 

 

 

 

    종이를 가져오라 지바여
 

 

   

비로소 그는 간수에게 글씨를 써주기로 했다네 
종이를 가져오라 지바여
그만한 한지韓紙는 있지도 않아 오전 10시를 이 정도 남기고
지바(千葉十七)는 처의 명주치마를 가져왔다네
최후의 휘호는 그렇게 해서 쓰여진 거야
제나라 추밀원樞密院의장을 날린 그에게 감복해
사형 집행 시각까지 알려 주며 글씨를 부탁했을 때도
그는 바빠서 안된다고 했다네 
내가 죽은 뒤 조국의 운명과
내가 죽은 뒤 민족이 당할 고통과
내가 죽은 뒤 가족이 겪을 고초를 걱정하느라 
나는 바쁘다 

휘호를 받은 간수는 전후戰後 이를 집에 모셔 놓고

날마다 경배를 드렸다네 
간수가 숨지자 아내가 이어받았고

자식이 없는 아내는 이를 조카에게 물려 줬고
이런 일이 알려지면서 남산南山우에 기념관이 들어선 것은

광복하고도 25년이 지난 뒤
죽음을 마다 않아 천년 살고 만년 이를 서른하나 나이에
위국헌신爲國獻身이 군인본분軍人本分임을 이른
참으로 군인 된 자 귀감 중의 귀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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