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봉紫雲峰에서
가슴 쓸어 내리는 일도 좀 있어야 살 만한 도봉산道峰山 골짜기를 타고 올라 보면 응어리진 일들 풀어내지 못하고 저리 굳어 멈추듯 가다 만 자리에 우뚝하니 바위로 남아 천년 세월 비바람 아우르며 서 있는가 앉아 있는가 저승 품새
산들은 솟아오르듯 쓸려 내려 미완으로 온전하나니 평지로 쏟아져 내리는 불의 뜨거움 식혀 가며 열정으로 혹은 웅변으로 아니 침묵으로 오늘에 임함은 무슨 말씀 전하고자 하심인가 이 풍진風塵 세상
안 봐도 다 보이고 안 들어도 다 알고 계시는 넉넉함으로 살아 저 만큼 발 아래 사람들 하는 짓거리 괘념치 않으시고 불佛 없는 세상을 주관하신 지장보살을 닮아 인간들이 불러 주는 이름 싫다 가타 아니하시고 가만히 듣고만 계시는 자운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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