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쌓은 돌탑

석남꽃 입에 물고

강정순 2007. 1. 23. 09:46

                      

 

 

             석남꽃 입에 물고

 

 

 

             내가 석남石南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의 부귀로움에 있음이 아니고
          오五월 아낙네의 춤 속에서 피던
          꽃의 인내로움으로 해서인데

          지난적 이야기로는
          그 꽃은 가장 무서운 번개 속에서 핀다더라

          내가 석남石南꽃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맨 처음 내 눈맞추던 계집아이가
          늘 그 꽃 아래로 나를 이끄는 통에
          그 향香내에 그만 반해 버려서인데

          신神이 들린 아이는 이른 봄날
          석남石南 아래에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푸른 바람을 타고 가 버리고…

          소금 같은 이야기를 뿌리던 장성한 아들 옆에는
          꽃처럼 곱게 늙은 여인 하나가
          석남石南꽃 입에 물고 춤을 추는데
          먼데서 그걸 지켜보는 중년 하나가
          석양을 벗삼아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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