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울력 혹은 부역 2011.7.17

강정순 2015. 1. 25. 09:05

 

 

 

누구는 울력이라고 한다. 혹은 부역이라고도 부르는 이런 일은

마을 공동체에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이 관례였다.

우리 마을도 이 제도가 내려왔다. 그런 것이 최근에 외지로 나가

일당벌이가 성행하면서 유야무야 되었을 뿐, 가까운 마을에서도 부역은 한다.

마을사람이라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세상이 달라지면서 노동력에 상응하는 궐闕을 부과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미 예고를 했다. 오늘 아침에 풀을 베고 마을청소를 해보겠다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동네일이다.

두 군데 물탱크 주변에 나무를 제거하고 길가에 제초작업을 하는 데

한 사람이면 될 듯도 싶다.

그래서 8만원 일당으로 해보겠다고 하였더니

- 날을 하루 잡아 방송을 하면 나올 텐데 그런 일에 무슨 동네 돈을 들인다요

해서 오늘 아침과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공지도 했다. 선약이 있는 분들은 반장에게 양해를

구하도록 안내도 했다.

나로서는 이 일이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6시 10분 경 마을회관에 들어섰더니 이미 느티나무 아래 두어 분이 앉아 있었다.

- 인부를 하나 사서 하지 무슨 부역이단가.

- 일나덤쫄로 흐고 말제 무슨 7시다요

그러면서 도동댁 구만댁과 함께 감농장으로 가는 차를 타고 떠나간 뒤

보니 입가진 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하고있다.

 

 

 

오늘이 일요일. 젊은이들이 느지막이 일어나고 싶은 그런 날이어서

방송을 하는 것도 미루어 하고 났더니

순천대학교 홍영기교수께서 이미 예초기로 도로변 풀을 깎고 있었다.

(나중에 일 년 숙성한 매실주를 한 병 들고 수박잔치에 나와 주셨다)

- 두고 보소 누가 나온가. 안 나온단 말이시.

그렇게 걱정을 하던 노인회장이 2반 물탱크로 올라간 뒤

7시에 시작한 이일이 8시 30분에 끝이 났다.

 

 

 

마을에서는 먹을 것 마실 것을 내놓는 것이 관례였으므로

수박도 한 덩이. 맥주도 한 상자. 소주에 동동주 차려놓고

방송을 하였더니 아래뜸 넘실댁 행평댁도 일을 마치고 올라오고

3반 유상각에서 부쳐온 전을 두고 애 썼다, 부인회장만 치사를 받았다.

청년회장, 권 산, 박점식, 오철호, 그리고 김봉룡씨 집에 세든 젊은 사진작가가

홍교수와 같이 수박잔치에 참석하니 그럴듯한 친교의 자리가 되었다.

지난번 체육 대회 때도 참여하지 못하였다며 윤일균씨댁에서 2만원을

내어 놓고 가셨다.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