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드러나는 손

강정순 2013. 3. 2. 09:35

 

한가로운 3월의 아침이다. 시절은 춘삼월.

차다 싶을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바람이 속적삼을 파고들었단다.

몸서리나게 고생도 했다는 분들의 이름을 적어가며 문패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도로명 주소 가족문패달아주기]

지번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바뀌는 지금,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서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이된다.

배우자의 이름도 같이 넣는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동쪽방향 ( 3. 1)                                                                                  

 

 

 

마을카페에 올라온 청장년들의 보름행사 결산에다 댓글을 올렸다.

[아주 잘된 행사입니다.

임원여러분의 노고에 힘입어 날로 좋아지는 보름행사가 됐습니다.

 

우리 마을의 미래는 청장년 여러분입니다.

천년에 이른 오랜 마을

그리고 새천년을 준비하는 미래의 마을

이름하여 [오래된 미래마을]의 주역으로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도

이번만큼만 해 주세요 ]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서쪽방향 ( 3. 1)                                                                               

 

 

바깥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은 밖으로 들로 나돈다.

자연스레 경로당의 점심준비는 80줄 노인들의 몫이 되었다.

그 점심을 겸연스레 먹으면서

중순에 마을을 비우게 될 시애틀여행이야기를 해 드렸다.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민화투를 친다.

천원 묻어놓고 판판이 빼먹기.

천원을 따로 묻어 [돼지보기]도 곁들이는 자리에

길손이 찾아왔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남쪽방향 ( 3. 1)

 

                                                                          

 

지난 해 12월 우리 마을을 찾아들었던 사람이다.

지리산둘레길을 답사하러 내려온 그 때 일행은 세 사람.

화엄사방향에서 오던 마을분이 휴대전화를 주워왔다.

그렇게 해서 지은 인연이라선가.

남도로 오는 길이 있어 이 부부가 마을을 찾아왔다.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갔다며

베지밀을 한 박스 든 채.

 

 

누구였을까. 얼마지 않은 일도 이렇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이가 사람을 먹어가는 때라 그렇다.

명함을 놓고 가시면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랬더니 명함이 없다면서

이장의 업무수첩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가며 이런다.

- 글씨가 반듯하시네요.

 

 

 

유정란을 접은 지 한 달.

그곳에 묶인 개들 중 하나가 새끼 여섯을 낳은 지 한 달이 됐다.

같은 날 닭이 나간 자리에 새끼 강아지가 들어선 것이어서

날마다 내 소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북쪽방향 ( 3. 1)                                                       

 

 

 

해가 기운다 싶은 시각,

농장에 있는 나를 불러 내린 것은 서울손님이다.

차독배기에 모신 부모산소를 둘러보러 온 것인데

50만원을 선선히 쾌척하고 갔다.

고마운 일이다.

마을에서 자라 출향한 이도 이리해 본 사람이 없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플래카드가 마을 입구에 내걸린 일은 있어도

찾아들지 않은 출향인이다. 하물며 돈을 내놓을까.

그런 세상 인심속으로

손위누이가 시집 와 살다간 마을에다

한두 번도 아니게 를 한다는 것은

그것도 누이가 죽어간 지 몇 년 된 후에도 이리하여

빛나는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