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귀농 귀촌 귀향

강정순 2012. 11. 26. 06:33

 

자리가 좀 불편합니다.

시골마을이라는 곳이 이렇습니다.

그래도 우리 마을은 이렇게 반듯한 사무실이 갖춰져 있는 마을중의 하나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하셨던 분도 계시고 우리 마을 최수조간사님과

앞서거니 뒤이어 삼성근무를 하셨던 분도 오늘 오신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 마을에서 이장으로 있는 사람입니다.

 

                                        

마을탐방객과 귀농 귀촌 귀향에 대한 마을이장의 시간(11.24) 

 

이 마을은 제 고향입니다

40년 전쯤

그러니까 69년 이곳에서 초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이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 때부터 저의 人生流轉이 시작됩니다.

양주동박사와 시인 서정주 선생 그리고 현대문학지를 주간하던 조연현선생님을

따라 문학공부를 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군에 들어가 직업군인으로 27년을 보냅니다.

그러다 서초동 정보사에서 6년근무를 끝으로 2000년에 옷을 벗습니다.

50이 채 안된 나이였으니 결코 명예롭지 못한 명퇴였지요.

 

 

-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그 말에 아내가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25살까지 내 인생 1/3은 자라고 공부하는데

50살 까지 내인생 1/3은 나라에 매여 있는 몸으로

그러니까 75세까지 남은 1/3 인생은 나를 위해 살겠다.

라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방편으로 일 년에 두 차례

티베트나 북인도 호주 내륙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인데

닭도 텃세를 부린다. 는 시골입니다.

호형호제, 선후배, 집안간, 일가친척이 분명한 곳이 시골입니다.

그런 시골에서 태어나 고향으로 두고 있다는 것

그 곳에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큰 의지처가 될 귀향인데

부모의 땅이 아직 거기에 있다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며 귀향해도 좋을 일입니다

저의 경우 서울 집을 처분하지 아니하고 몸만 내려왔으니

위험부담이 없는 귀촌을 한 것입니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동쪽부분

 

 

귀농 귀촌 귀향 모두 시골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 시골에 정착할 것인가‘에 따라 귀농도 될 수 있고

귀촌으로 불릴 수도 있습니다.

직업을 농업으로 바꾸어 그걸로 일정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축사육이나 시설재배 혹은 특작물을 길러보는 것이 귀농인데

낯선 곳으로 귀농을 결심하였다면 이처럼 힘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귀촌이라 함은 그냥 시골로 들어와서 사는 것입니다.

전원생활

혹은

은퇴를 하고나서 시골로 들어가 집짓고 텃밭도 가꾸며 사는 것이

바로 귀촌입니다.

그러니 귀농과 귀촌은 그 뿌리가 다르다 할 것입니다

 

 

25세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55세까지는 한다지만

65세가 되어야 노인우대, 국민연금개시연령이어서

그 사이가 누구나 다 건너야 할 충격의 계곡입니다.

그 사이를 잘 버티면 그 이후는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인 데

그 10년간의 나이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숙제입니다.

퇴직하면 소득중단, 자녀결혼, 부모연로, 사업실패, 경조사, 품위유지비,

퇴직금을 노리는 달콤한 유혹이 기다리는 데

자식 결혼에 1억을 쓴다할 경우 이 돈은 두 부부가 노후에 써야할

종자돈을 다 쓰고 난 것입니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남쪽부분

 

 

다들 오래 살고자 하시는데 오래 산다는 게 축복만은 아닙니다.

혼자 살아야하는 외로움, 가난, 질병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100살 이상 사는 것이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도 100살까지 살 수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거나 요양시설에 가 있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습니다.

준비한 것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은퇴와 귀촌이 함께 맞물려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평생의 일터에서 은퇴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외지로의 귀촌은 충격 그 이상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 어떻게 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놓고

- 어디서 살 건지

- 누구랑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귀농 귀촌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귀촌을 앞두고 있다면 생활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소득 출세 중심의 삶에서 명함이 없는 생활을 인정해야 합니다.

배우자,자녀,친구,이웃등에 대한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건강검진을 알아서 해주었지만 지금부터는 내 돈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 화두는 귀촌 같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서쪽부분

왜 귀촌이어야 하는가.

저는 시간과 돈 그리고 건강을 귀촌이 주는 강점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시간...부부가 같이 보내기로 귀촌만한 곳이 없습니다.

나이 들면 남편과 부인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들 합니다.

남자가 제일 필요로 하는 건 아내라고 하는데

배우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남편과 달리

여자는 돈. 건강, 친구 그리고 딸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라도 부부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노후에 귀촌만한 것이 없습니다.

 

...품위유지비가 적게 드는 곳이 시골입니다.

명품을 입고 나갔기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5일장에 나가 몸뻬바지 5천 원짜리 하나 걸치면 일상복으로 충분합니다.

여름철 유상각에 3만 원 정도

겨울철 노인당에 5만 원 정도

희사를 할 줄 안다면

사람대접을 해주는 곳이 마을정서입니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현금으로 나오는 수입이 있다면

두 부부 기본적인 생활이 되는 곳이 시골입니다.

 

건강...신발을 신고 죽을 수 있는 곳이 시골입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정신은 건강한데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본인이 피곤합니다.

육체는 건강한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가족이 피곤합니다.

도시에서는 생활습관병이나 치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데

시골은 공기 물 음식 그리고 생활습관 모두 자연치유사입니다.

 

 

 

 

귀촌을 함에 있어 제도적인 지원책도 일부 있습니다.

지방마다 군청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지원책을 알 수 있고

귀농귀촌네트워크도 구성되어 있어서 정보획득은 수월한 편입니다.

 

 

귀촌을 생각하고 있으시다면

-20호 정도 자연마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00호를 넘어서면 시골인심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귀촌마을로 갈 것인가, 본토박이들의 마을로 갈 것인가‘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은둔형 귀촌이라면 귀촌마을이 좋을 것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구하고자 한다면 본토박이 마을이 좋습니다.

-큰 땅, 큰집을 선호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가위눌려 살 수 있습니다.

 100평이나 200평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미래의 우리생활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자녀와 같이 보낼 노후는 꿈입니다.

그러니 집을 크게 잡지 말아야 합니다.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의 북쪽부분

 

 

어느 곳이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노후가 좋습니다.

누구랑?

배우자랑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야 말로 누구나 다 바라는

귀촌의 참 모습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인연을 지으시기 바랍니다.

 

 

 

 

 

 

NOTE:

 

  • 석류꽃 2012.11.26 14:30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귀농.귀촌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항상 좋은 날만 되십시요.
 
 
그리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귀농귀촌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정리하는대로 올려 놓겠습니다
 
 

 

 

  • eddy  2012.11.26 22:19 
이장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 줄 믿습니다,
귀향도 귀촌도 못하는 나그네 하나가 여기 있지요 ㅎㅎ
건강하시길 빕니다
 
 
 
 

 수정/삭제해 놓은 것도 없이 11월이 갑니다 그려
무얼 이루어 내겠다는 생각
그것이 바로 과욕이지요
아직도 꿈속입니다.
이리 헤메다 죽는 날이 세상 눈뜨는 날이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