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팔월이라 추석날
강정순
2012. 10. 1. 06:02
올기심니' 해서 햇곡식으로 밥을 지었다.
한 마리쯤 닭도 세상을 달리하고 대목장에 나가 사과도 하나, 배도 하나, 그렇게
차례거리를 준비해서 추석아침을 났다.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 마을로 들어오는 자식들보다 역귀성이 늘어가니 추석날
아침 이렇게 닫긴 대문이 늘어난다.
그 동안 우리마을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을 서울 가족들에게 풀어놓을
판인데 코스모스는 이 분들의 귀가 때까지 지지않을 것이다
안개는 바뀌는 절시를 알려주는 전령사다. 한쪽에서는 나락이 여물고
길건너에선 냇갈대의 꽃대가 올라왔다
지리산 둘레길을 찾아드는 사람은 없다. 명절 아닌가
손을 덜 수가 없는 이 일, 추석이라고 해서 일손을 줄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닭에게 매여서 산다.
1년을 지난 이 닭에게서 오늘 76알을 건졌는데 수지를 타산할 수 없는 것이 유정란 사업이다.
그래도 추석이라고 오가는 사람이 있어 성묘길에 들린 사촌을 주저 앉혀 술자리를 만들었다.
함께 자라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대학생활도 한방에서 한 사이라서 우의가
각별한 터인데, 한 두 잔이어야 할 술이 가을송이 앞에 빈병이 늘었다.
조석간으로 쌀쌀한 날씨.
아궁이에 군불때어 덥힌 방에 잠자리를 펼쳐주고 나와 보니
그 사이에 달은 보름으로 저만큼 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