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새식구가 늘었다. 대구에서 박아무개님, 서울에서 공아무개님. 혼자여도 각기 세대주로 전입을 해와 명다원에 든 것. 이장이 전출입자에게 특별히 행하는 일은 없다. 전입신고 자체가 없어져 누가 들고 나는지를 모르는 가운데 우리 마을 호청수戶廳數가 99가구에 이른다. 이 속에는 전입신고만 해 둔 분도 많다. 이 분들로 해서 마을의 위세가 커진 점도 있다. 물으면 스스럼없이 100호에 이른다고 하는 데 호청수가 많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마을 거주자로 잡히기 때문에 마을이 분담해야할 몫이 커진 것도 있다. 이웃돕기 성금 모금이나 적십자회비 납부 같은 것이 그렇다. 그 분들 때문에 마을 돈이 더 나간다는 것, 그러니 마을공동경비를 분담해야하지않는가...하는 점에 수긍하지 않은 개발위원도 있다. 마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개발위원이 그 정도이니 이해 당사자로서는 좋은 구실이 됐다. 결국 우리 마을에서조차 비껴준다면 그 분은 우리나라 모든 주민들이 분담하는 성금을 내지 않고 살아가는 셈이 된다. 상사마을에 적籍을 올려놓고 무임승차를 하는 셈인데 이런 것 가지고도 이해 당사자들간에 셈법이 다르다.
마을경비를 가가호호家家戶戶에 분담시키는 것은 마을의 오랜 관습법이다. 준거準據가 될 마을규약화 제정 시도는 해봤다. 마을에서는 대의기구인 개발위원회를 통해 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마을행정의 책임자로서 의결기관의 승인을 받아 마을 경비를 거출을 집행하고 있는데 상반기 마을경비 3만원도 완결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마을상수도사용요금도 고지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걸 두고 [날팔이]라고 한다.
위원회에서는 마을공동체유지에 필요한 규범들을 제정해 냈다. 농사철 이외에는 농기계류를 대로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거나 개를 풀어놓고 길러서는 아니 된다, 마을 둘레길 선상에 개인상행위를 알리는 홍보물을 설치할 수 없다 등등이 2011년에 의결된 사항이다. 땅이나 집을 사서 우리 마을로 이주를 하는 전입자들에게 200만원의 마을 발전기금을 분담시키는 일도 관습법에서 성문법으로 달리해야 한다.
한번은 개인이 설치해 놓은 지금의 애오당부근에서 경운기가 주차된 승용차와 추돌할 뻔 한 일이 일어났다. 경운기를 모는 사람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한 일이어서 분노와 울화통을 터트리는 것을 이해는 했다. 마을 안길에서는 감속이 기본이다. 안길 대로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농기계들을 감안하고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주민들도 예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을 안길에서 경운기까지도 과속을 하고 드는 데 조심할 일이다.
마을공동체의 근본은 상부상조다. 부역負役이나 두레 또한 마을공동체의 한 모습이다. 위친계爲親契는 그 대표적인 마을 공동체로, 수삼 연간 미루어 오던 위친계나들이를 이번에 하고 왔다. 300에 가까운 경비도 실하게 썼다고 한다. 죽은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을 산 자가 쓴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남아 있는 날이 많지 않은 이들은 생전에 쓰고 가기를 바라고, 남아 있는 날들이 많은 젊은이들은 남겨놓기를 바란고있다. 이 또한 마을마다의 풍속도이다. 다른 일은 몰라도 위친계의 근본정신이 상부상조와 경로효친에 있으므로 이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앞으로도 어르신들께 돌려도 될 것 같다.
이번 중복에는 마을청년회에서 복달음거리를 유상각으로 전달 하겠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올 여름 더위에 바깥나들이보다는 그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지금 마을 분들은 세 곳으로 나뉜 유상각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이 더위에도 산림조합 일품을 파는 남자들이 있고 몇몇 여자분들도 날품을 팔고 있는 데, 그런 분들에게는 한 치 건너의 일이 된다. 한 차례 정도는 마을회관에서 함께 음식을 준비하여 같이 먹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어떨까, 모이면 힘이 된다. 의견도 갈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름철 유상각문화로 해서 마을의견들이 분분해지고 그러는 것은 세 곳으로 나뉜 유상각 때문이다.
前前이장은 말한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방안풍수들이다. 한 사람도 밖에 나가서 사회단체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따라서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 모여 앉았다하면 만날 마을일 가지고 쓸데없는 소리들을 한다..... 더운 여름이다. 오늘 우리 마을의 낮 기온은 35도. 된 소리 안 된 소리일지라도, 이 더위에 마을 분들 무탈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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