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강정순
2011. 5. 9. 13:12
농촌일손돕기'에 나선 지방의 어느 대학생들이
우리 마을회관에다 짐을 풀었다.
40명을 받아 주어야겠다, 라고 할때만해도
그 반절이면 족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구례농민회에서 30명을 데리고 나타났으니
마을경비를 줄이겠다고 나무난로를 때가며
보일러기름을 아껴두었다가
이들이 머무는 3박 4일 동안 보일러를 가동하고
단체민박체험용으로 구입해놓은 햇이불까지 내어놓는 등
그야말로 아까운 편의시설을 개방해 주었다
무려 30명이다.
이들이 먹고 자고 씻는 일상은
바로 물과 전기 그리고 기름이어서
마을 책임자로서는 이들이 3일간 덮고 잔 이불세탁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경비를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한 일이됐다.
세상이 변했다.
70년대의 농촌봉사의 연장선상에서
이 일이 이어지고 있다면 오산이다.
기계화가되어 가는 농촌에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일손이 아니다.
그리고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을 데려다 써본 농가는
다시는 학생의 일손을 빌리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는
대학생의 농활지원을 아예 받지 않고 있음인데
처음이어서,
경험없는 이장이 덥석 받아들이는 바람에
이번 농활 나온 대학생들이 갈곳을 찾은 것이다.
그래, 내년부터는 받지 않는다.
이들이 남기고간 흔적들
마을경비를 들여 이 쓰레기들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