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어머니의 새마을열차표

강정순 2010. 8. 18. 20:11

 

- 할머니다. 할머니. 할머니 오셨네

 

그러면서 며늘아기가 아이를 내드렸다.

 

- 내가 상할머니다.

 

그렇다. 이 아이에게 어머니는 할머니가 아니다. 상할머니다.

 

- 며칠 됐냐?

 

- 86일 금요일날 밤 1135분에 낳았으니까 열이틀째네요

 

- ~소리나게 생겼구나. 발 좀 봐라


아빠 엄마를 닮아 키도 크고 이쁘겠다

 

 

 

당신 손으로 키워낸 손자에게서 


증손녀를 보았으니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괜찮으니 내려올 생각하지 마시라


조리원에서 산후조리 다 해주고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하였으나


어찌 보고싶지 않겠는가.

 

당신은 손수 기차표를 예매해 놓고 오늘을 기다렸다.

 

- 애썼다. 애낳느니라 애썼으니 받아라

 

- 아니어요 할머니

 

며늘아기가 손사래를 치는 것을 내가 거들었다.

 

- 받거라. 할머니가 주고 싶어 하시는 돈이니

 

- 결국은 느그들한테 갈 돈이다. 내가 가지고 있어 뭣에 쓴다냐.

 

그러면서 100만원을 챙겨 오신 것인데

 

당신께서는 손자며느리의 출산휴가 이후가 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백일쯤 지나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내 이야기가


당신을 안도시킨 것인지 이런다

 

- 이모도 니가 보면 에미보다 잘 볼 거라고 그러더라

 

 

 

당신께서는 350분 영등포행 새마을열차표를 끊어 오셨다.

 

평생 처음이었을 당신의 새마을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