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대실댁
격주 금요일마다 보훈병원으로 가는 셔틀버스. 8시에 싣고 가서는 다시 3시에 구례로 왔다가 빈차로 되돌아간다. 발치를 하나 하고 보철을 입힌 것이 저 지난 달. 잇몸 사이로 틈새가 있어서인가. 냄새가 난다고 한다. - 나는 모르겠던데? - 마누라나 되니까 살아주지 그 냄새 맡고 살아줄 년이 있나 보시오 그런가. 부부로 정분을 나눈 지 30년. 이제는 입 맞추는 일도 없다.
3시에 버스가 보훈병원을 나서는데 비척거리며 통로를 나가는 이, 버스를 세워달란다. 오줌이 마렵다... -그렁깨 타기 전에 누고 탔어야제 - 탈 때는 안 마려운걸 어떻게 눠 평생을 함께 살았을 이들 내외지간의 높낮은 핀잔과 공박을 들어가며 求禮口 다리를 지났는데 운전기사가 기겁을 하며 이런다. - 지금 뭐하는것이다요 운전기사 바로 뒷좌석에 앉은 노인네가 휴지통을 가져다가 소변을 본 것. 남자도 아니면서 재주가 참 용한 노인네다. 그리고 나더니 이 노인네는 기어이 핀잔을 더 들었다. - 비워 와야지 누구더러 비우라고 그냥 내리시요 비워낼 노인네라면 그런 소리를 듣겠는가. 휴지통을 길에 내려놓고는 자기 갈 길을 간다. 오래 산다는 것이 결코 축복이 아니다.
우리 동네 대실댁은 장생댁의 아랫동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班常의 분간이 유별하고 內外의 구별이 분명하던 시절, 긴 담뱃대와 상투가 있고 대밭 뒤에 3년 侍墓를 하던 집안이다. 그러니 가풍을 이어내고 기품을 세우는 일은, 지금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선전댁은 雙山齊 오경영의 생모 되는 분인데, 그 선전댁이 오히려 고생을 했다면 했다고. 이런다. - 손톱 밑에 흙 안 묻히고 세상을 살았구마. 죽기 전에 혼불이 나간다고 한다. 대실댁의 혼불도 마을사람에게 보여 이런다 - 두둥실 떠서 저수지 쪽으로 떨어지더라니까
그 대실댁이 아흔 생월 달에 죽었다. 자기 생월 달에 죽으면 온이 제명을 다 살고 간 것이라고 하니 천수를 누리다 가는 축복을 얻었다. 큰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막내딸이 임종을 지켰다고 한다. 그래서 종신자식이 따로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아들 다섯에 딸 셋, 장례식장에 붙인 자손의 이름에 며느리가 하나, 사위가 하나. 저간의 사정은 말해 무얼 하겠는가. 아흔 나이를 살아가며 애간장이 다 녹았을 분임에도 늘 평온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갔다. 내일이 안장일. 이 비는 내일까지 제법 내릴 것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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