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백거이의 장한가

강정순 2009. 10. 6. 10:25

 

Quelques Notes Pour Anna 를 들으며

이 아침 白居易의 長恨歌를 읽는다

 

글속에 나오는 화청궁'이나 양귀비' 무덤은

2001년 배낭여행을 하며 모두 가 본 곳  

 

그래서 느낌이 잔잔하고 정감이 다르다

 

 

 

그 해에 낙양의  香山寺 아래쪽 바이위엔白園에

白居易의 무덤이 있다하여 찾아갔다

 

그는 용문의 풍경을 사랑했다.

 

18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낙양에서 살며

불교에 심취하여 향산사에서 지냈다

 

그런 뒤 자신이 아끼고  좋아했던 용문에 묻혔다 
 

 

내가 長恨歌를 옮겨 읽는 것은

谷城 道林寺의 連理枝로 해서이다 

 

부부로 맺지 못한 사랑도 이와 같으니

어찌 사랑을 가볍게 이르랴

 

 

 

 

 

 

한황중색사경국 漢皇重色思傾國   漢皇이 여자를 즐겨 절세미인을 생각하여

 

어우다년구부득 御宇多年求不得   오랫동안 구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양가유녀초장성 楊家有女初長成   楊家의 규수가 장성하고 있었지만

 

양재심규인미식 養在深閨人未識   고이 안방에 자라고 있기에 사람들이 알지 못하였다
천생려질난자기 天生麗質難自棄   하늘이 미인을 낳아 놓고서 어떻게 버리겠는가
일조선재군왕측 一朝選在君王側   一朝에 뽑히어 임금님 곁에 있게 되었다
회모일소백미생 回眸一笑百媚生   머리를 살짝돌려 한번웃기만해도 온갖교태가 흐르니
육궁분대무안색 六宮粉黛無顔色   후궁의 미인들이 모두 빛을 잃었다
춘한사욕화청지 春寒賜浴華淸池   차가운 봄날 화청궁의 온천에 목욕을 허락하니
온천수골세응지 溫泉水滑洗凝脂   온천물이 미끄러지듯 윤기 흐르는 몸을 씻긴다 
시아부기교무력 侍兒扶起嬌無力   시녀들이 붙들어 일으켜도 느긋한 몸 힘이 없으니
시시신승은택시 始是新承恩澤時   이즈음은 임금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때이다
운빈화안금보요 雲鬢花顔金步搖   다북한머리 고운얼굴 치장한 금붙이를 울리며 나가니

 

부용장난도춘소 芙蓉帳暖度春宵   부용꽃처럼 드리운 휘장속에서 봄밤을 지새운다

 

춘소고단일고기 春宵苦短日高起   봄밤은 짧아 해가 높이 올라서야 일어나니 

 

종차군왕부조조 從此君王不早朝   이로부터 임금님도 일찍 조회에 참석 못하였다
승환시연무한가 承歡侍宴無閑暇   사랑을 받아 잔치에 모시는 몸 한시도 겨를이 없어

 

춘종춘유야전야 春從春游夜專夜   봄날이면 노는 자리에 밤이면 혼자서 시중을 들었다

 

후궁가려삼천인 後宮佳麗三千人   후궁에 미인이 三千名이나 되지만

 

삼천총애재일신 三千寵愛在一身   삼천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금옥장성교시야 金屋粧成嬌侍夜   金屋에서 화장을 하고 교태를 부리며 밤마다 모시고

 

옥루연파취화춘 玉樓宴罷醉和春   玉樓에서 잔치가 끝나면 취한 몸 봄기운에 녹아든다
자매제형개열사 姉妹弟兄皆列士   자매와 형제들이 모두 제후에 봉하게 되니

 

가련광채생문호 可憐光彩生門戶   아아 광채가 한 집에 빗발치고 있었다

 

수령천하부모심 遂令天下父母心   그 때 천하의 부모의 마음으로 하여금

 

부중생남중생녀 不重生男重生女   아들 낳기를 원하지 않고 딸 낳기를 원하게 되었다
여궁고처입청운 驪宮高處入靑雲   여산궁이 높이 구름속에 솟아 나는데

 

선낙풍표처처문 仙樂風飄處處聞   이 구름속에서 仙樂이 바람 따라 곳곳에서 들려온다 

 

완가만무응사죽 緩歌慢舞凝絲竹   노래와 춤, 거문고,피리, 한데 울리는데

 

진일군왕간부족 盡日君王看不足   하루종일 임금님은 보아도 싫지가 않았다 
어양비고동지내 漁陽비鼓動地來    이때 어양절도사 안록산이 난을 일으켜 쳐들어오니

 

경파예상우의곡 驚破霓裳羽衣曲    예상우의곡을 타던 흥겨운 자리가 깨지고 말았다
구중성궐연진생 九重城闕煙塵生    九重의 궁문이 연기속에 싸였으니

 

천승만기서남행 千乘萬騎西南行    많은 병마가 서남의 蜀으로 떠나갔다
취화요요행복지 翠華搖搖行復止    천자의 수레는 불안스레 가다가 또 멈추고

 

서출도문백여리 西出都門百餘里    서쪽으로 장안을 빠져 백여리를 갔다

 

육군부발무나하 六軍不發無奈何    六軍이 출발을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어

 

완전아미마전사 宛轉蛾眉馬前死    예쁜 양귀비를 마외역에서 죽였다
화전위지무인수 花鈿委地無人收    머리에 장식물이 땅에 떨어져도 걷을 사람이 없으니 

 

취교금작옥소두 翠翹金雀玉搔頭    푸른깃장식물 金의 봉황새꽂이 백옥비녀가 흩어졌다

 

군왕엄면구부득 君王掩面救不得    임금님이 얼굴을 가리고 구해낼 수 없어

 

회간혈루상화류 回看血淚相和流    머리를 돌려 보고는 피눈물이 흘러 내렸다
황애산만풍소삭 黃埃散漫風蕭索    티끌이 날리고 바람이 쓸쓸이 불어 오는데

 

운잔영우등검각 雲棧영紆登劍閣    험한 산에 얽어논 사다리를 건너 검각산에 올랐다 

 

아미산하소인항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 아래에 사람의 내왕도 없고

 

정기무광일색박 旌旗無光日色薄    깃발이 빛을 잃고 햇빛도 저물어 간다
촉강수벽촉산청 蜀江水碧蜀山靑    강물은 흐르고 산은 푸르기만 한데

 

성주조조모모정 聖主朝朝暮暮情    임금님은 아침 저녁이나 그리운 정뿐이다

 

항궁견월상심색 行宮見月傷心色    발길이 옮겨질 때 달을 바라보며 상심도 하고

 

야우문령장단성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방울 소리만 들어도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다

 

천선지전회룡어 天旋地轉回龍馭    하늘이 돌고 땅이 돌아 임금님이 장안에 돌아가다가

 

도차주저부능거 到此躊躇不能去    이곳에 이르러 주저하고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마외파하니토중 馬嵬坡下泥土中    馬嵬坡아래 진흙땅에

 

불견옥안공사처 不見玉顔空死處    옥안은 볼수 없고 죽었던 곳만 쓸쓸하다
군신상고진첨의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이 서로 돌아보며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동망도문신마귀 東望都門信馬歸    동으로 장안을 바라보며 말의 발길에 맡겨 걸어간다

 

귀내지원개의구 歸來池苑皆依舊    장안에 돌아오니 못과 동산은 예와 같은 데

 

태액부용미앙류 太液芙蓉未央柳    태액궁의 부용꽃, 미앙궁의 버들이라

 

부용여면류여미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은 임의 얼굴 버들은 임의 눈썹 같은데

 

대차여하불루수 對此如何不淚垂    이것을 바라보고 어떻게 눈물이 쏟아지지 않겠는가
춘풍도리화개일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숭아 오얏꽃이 피던 밤이며 

 

추우오동엽낙시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 속에 오동잎이 떨어지던 때를 잊겠는가

 

서궁남내다추초 西宮南內多秋草    서궁의 남쪽 화원에 가을 풀만 무성한데 

 

낙섭만계홍부소 落葉滿階紅不掃    궁전의 붉은 나뭇잎이 뜰에 가득 떨어져 딩굴고 있다
이원자제백발신 梨園子弟白發新    梨園의 젊은이들도 백발이 성성하고

 

초방아감청아노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의 궁녀들의 청춘도 늙었다
석전형비사초연 夕殿螢飛思悄然    저녁이면 반딧불만 보아도 시름에 잠기고

 

고등도진미성면 孤燈挑盡未成眠    돋아논 등불 심지가 꺼진뒤에도 잠을 못이루고 있다

지지종고초장야 遲遲鍾鼓初長夜    이따끔 들려오는 鍾鼓소리에 밤은 깊어만 가고
경경성하욕서천 耿耿星河欲曙天    깜박거리는 별빛에 하늘은 새고자 한다

 

원앙와냉상화중 鴛鴦瓦冷霜華重    지붕위 원앙새의 기와 위에 서리꽃이 피어 있는 데

 

비취금한수여공 翡翠衾寒誰與共    차가운 비취금을 누구와 더불어 덮을 것인가

 

유유생사별경년 悠悠生死別經年    아득하다 헤어진 지도 몇 해가 지났는데

 

혼백부증내입몽 魂魄不曾來入夢    혼백이 한 번도 꿈길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임공도사홍도객 臨工道士鴻都客    임공에서는 도사가 홍도문안에 산다는데 

 

능이정성치혼백 能以精誠致魂魄    능히 정신 기운으로 혼백을 불러온다 한다

 

위감군왕전전사 爲感君王輾轉思    임금님의 추모하는 심정에 느낀 바 있어

 

수교방사은근멱 遂敎方士殷勤覓    드디어 도사를 시켜 은근히 찾게 하였다
배공어기분여전 排空馭氣奔如電    바람을 가르고 구름을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승천입지구지편 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가 이리저리 찾다가 

 

상궁벽낙하황천 上窮碧落下黃泉    위는 하늘 끝까지 아래는 황천길

 

양처망망개부견 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모두 아득할 뿐 보이지 않았다
홀문해상유선산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해상에 仙山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산재허무표묘간 山在虛無縹渺間    그 산이 아득한 곳에 높이 솟아 있었다

 

누각영롱오운기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이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피어나는 곳

 

기중작약다선자 其中綽約多仙子    그 가운데 아주 뛰어난 선녀들이 많이 있었다 

 

중유일인자옥진 中有一人字玉眞    그 중 한사람 진옥이란 선녀가 있는데 

 

설부화모삼차시 雪膚花貌參差是    백설같은 살결,꽃같은 얼굴이 꼭 양귀비와 같다

 

금궐서상고옥경 金闕西廂叩玉扃    황금의 궁궐 서편 백옥문을 두들겨

 

전교소옥보쌍성 轉敎小玉報雙成    소옥이란 여자를 시켜 雙成이란 시녀에게 알렸다

 

문도한가천자사 聞道漢家天子使    한나라 천자의 사신이 왔다는 말을 듣고

 

구화장리몽혼경 九華帳里夢魂驚    화려한 휘장 속에서 깜짝 놀라 꿈을 깨었다
남의추침기배회 攬衣推枕起徘徊    옷을 여미고 벼개를 밀쳐 일어나 서성이다가 

 

주박은병리이개 珠箔銀屛邐迤開    펴놓은 구슬 박은 은병풍을 열고서 나타나는데
운빈반편신수각 雲鬢半偏新睡覺    삼단같은 머리가 한쪽으로 흐트러져 막 일어난듯
화관부정하당내 花冠不整下堂來    머리에 쓴 꽂관도 바르게 못하고 방에서 내려온다
풍취선메표표거 風吹仙袂飄飄擧    바람이 신선의 옷소매를 나부끼니

 

유사예상우의무 猶似霓裳羽衣舞    꼭 생전에 예상우의를 걸치고 춤추던 모습이라
옥용적막누난간 玉容寂寞淚欄干    백옥같은 얼굴에 시름이 어리어 눈물이 쏟아지니

 

이화일지춘대우 梨花一枝春帶雨    배꽃 한가지가 봄비에 젖어있는 정경이라고나 할까 
함정응제사군왕 含情凝제謝君王    사랑어린 눈빛으로 임금님에게 감사드리는데

 

일별음용량묘망 一別音容兩渺茫    한번 이별한 후 서로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소양전리은애절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 속에서 받았던 은총도 끊기고

 

봉래궁중일월장 蓬萊宮中日月長    이곳 봉래궁에 와서는 세월만 무심히 보냈다

 

회두하망인환처 回頭下望人환處    머리를 돌려 인간세계를 바라보지만

 

불견장안견진무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보이지 않고 더러운 먼지만이 보였다
유장구물표심정 唯將舊物表深情    오직 옛날 물건으로 심정이나 표할 뿐

 

전합금채기장거 鈿合金釵寄將去    보석으로 만든 향합과 금비녀를 사자에게 보내겠다
채류일고합일선 釵留一股合一扇    비녀는 한쪽을 향합도 한쪽을 남겼는데

 

채벽황금합분전 釵擘黃金合分鈿    비녀는 황금을 둘로 쪼개고, 향합은 반으로 갈라논것

 

단교심사금전견 但敎心似金鈿堅    다만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여금 금처럼 굳어진다면

 

천상인간회상견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의 나와 인간에 임금과 꼭 서로 만날 것이다

 

임별은근중기사 臨別殷勤重寄詞    이별에 임하여 은근히 거듭 당부하는데

 

사중유서양심지 詞中有誓兩心知    그 말 가운데 언약은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칠월칠일장생전 七月七日長生殿    七月 七日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장생전에

 

야반무인사어시 夜半無人私語時    사람이 없는 밤중 사랑을 속삭일 때 

 

재천원작비익조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 태어난다면 비익의 새가 되고

 

재지원위연리지 在地願爲連理枝    땅에 태어난다면 두가지가 붙어있는 나무가되고싶다

 

천장지구유시진 天長地久有時盡    무궁한 하늘과 땅이 언젠가 다하는 날이 있을 것이나

 

차한면면무절기 此恨綿綿無絶期    이 한은 면면이 어어져 끊길 날이 없을 것이다

 

 

 

 

 

NOTE:

 

 

안록산의 난은 당나라 말기 율령제의 변질, 균전제와 조용조의 변화, 부병제의 붕괴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개원의 치를 이끌었던 당현종은 양귀비에 빠져서 정치를 고력사 등의 환관들에게 넘겼고, 이로 인해 양국충 등의 외척과 환관들의 본격적인 환관-외척정치가 시작되었다. 환관과 외척들의 전횡과 부패 속에서 제도와 관리들은 타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권력 다툼은 결국 안록산에게 난을 일으킬 명분을 주게 된다.

부패한 관리와 환관정치로 인해, 수탈을 당할 대로 당한 농민의 소외로 자립 소농민층이 해체된 것도 원인이다. 해체된 자립 소농민층은 유민화되었다.

당나라는 이때 지배체제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측천무후 때 억압된 귀족 세력이 현종 때에 다시 집권했다. 구집권층과 지주, 상인층 출신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연리지, 보기에 참 좋습니다.. ^^

만나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사랑은 이와 같으니...

백거이의 <장한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