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2008년 12월의 일상
강정순
2008. 12. 31. 18:46
12월의 첫날, 눈썹만큼 눈은 KBS중계탑을 희게 가려놓았다. 아내는 그 눈과 함께 돌아왔다. 10일간 아내의 자리가 비어있었는 데, 이제 채워지는 12월이 됐다. 부부....별것 아니다. 같이 먹고 같이 자는 것.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가정도 결국은 먹고 자는 것을 같이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짧은 해, 배추 우거짓국이 끓어가면서 집에 온기가 들기 시작하는 데 불쑥 들어선 아래 집 동희씨. 그는 70년 중반 170만원에 사간 나의 생가를 지난봄에 불을 내더니 그 위에 스레드를 덧입혀 놓고 산다 술이 한 잔, 그렇게 들어서며 내일 창원을 가야겠단다. - 가서 결판을 내야겠네, 이래가지고는 못살겠구마.... 결딴을 내겠단다. 그렇게 해서 끊어질 부부연夫婦緣은 아닌데... - 팔자지다. 내 복이 그것 밖에 안되니 집을 나간것이지 누굴 탓한다요. 내 복이 그거 밖에 안된다 그리 생각해야지다. 사람들도 접촉을 꺼려한다. 그는 가장 가까운 집사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한 채 고단한 70령 고개를 넘어선 지 몇년 됐다. 그런 그에게 아내가 수저를 하나 더 놓았더니 이런다. -술이나 한 잔 주씨요 사랑도 時制가 있다. 추억 속에 사랑을 담아놓고 [과거형]으로 사는 이도 있겠으나 사랑은 [미래형]이 아니다. 결혼해서 딸자식 낳아 키워 출가시킨 동희씨의 [현재형]은 없다. [아침마당]에서 이렇게 묻는다. -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미워한다? - 아닙니다. 사랑했다~ 우리 집은 컨테이너하우스로 통한다. 지금은 벽돌을 덧입히고 패넬지붕을 하였으나 유선방송 고지서는 여전히 [3반 개울가 은행나무 컨테이너 하우스]다 491-1번지를 쓰지 않아도, 이제 이름만으로 우편물이 도착한다. 작년 3월에 이곳에 와 을씨년스러운 겨울을 났었다. 산이 깊고 공기가 맑아 같은 남도 땅이지만 여기는 기온이 더 낮다. 얼굴시린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그릇에 물은 반쯤 얼어 있고 변소도 바깥이어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작년 추석 패넬 얹어 방을 들여놓았다. 정화조를 따로 묻고 샤워꼭지도 달았다. 그리고 인부를 들여 구들을 놓았다. 그렇게 만든 방이 4평쯤, 황토방을 소원했던 아내의 뜻은 반절쯤 밖에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세상일마다 만족이란 없다. 김장과 함께 메주 쑤기는 겨울 일중 큰일에 속한다. 두 차례에 걸쳐 대두 서른 되, 방에서 일주일쯤 말렸더니 곰팡이가 곱게 앉았다. 이제 곰삭아가는 냄새가 난다 싶을 때, 양파망에 볏짚 함께 메주덩이 넣어 평상에 매달아 놓았다. 멸치액젖도 걸러 청장으로 해놓고 건더기는 달여서 단지에 담는다. 짠 내, 쩐 내, 텁텁한 내...없이 시골 생활 있을 수 없다. 새소리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 경운기 달달 거리는 소리.... 온갖 냄새 갖은 소리들이야 말로 가장 시골다운 풍경이다 김장도 해냈겠다, 가을걸이가 끝나버린 시골에서, 겨울을 무엇으로 소일하는가, 묻지만 머무는 일은 없다. 서울에서 하던 겨울등산이 나무하기로 바뀌었을 뿐, 겨울 내내 우리 집 아궁이에 연기가 핀다. 쩡쩡~거리고 나무패는 도끼질소리, 굴뚝에 연기. Fan을 달아 뿜어내는 연기는 행복한 흩어짐이다. 서리가 내려앉은 수목사이로 흩어지는 하얀 연기... 이런 날은 10시쯤 똘이를 데리고 우리 내외 산길에 이르는 산림도로를 휘돌아 오는 데 동지가 지난 겨울 해는 말갛게 떠올라 구례 읍내가 환하다. 강물도 반짝이는 거울이 된다. 여기는 겨울바람이 차다물이 맑고 공기가 좋다는 것도, 겨울에는 찬바람으로 돌아오고살면서 어찌 잔걱정이 없겠는가, 마는 녹녹치 않다는 시골 생활 여기까지 잘 오고 있다 여기는 세시풍속이 분명하다. 절기는 양력으로 가는데 가내대소사는 모두 음력으로 돌아간다. 당연히 선호하는 것이 농협 아니면 새마을금고에서 나온 음력 달력. 송구영신이라지만 조용하게 지나간다. [지리산 이야기] 집에 가서 자식들 이야기로 깔깔 하하~대는 것 말고는, 마지막 간다는 12월이 내게 아무런 감동도 없다 1월이 첫 달이라는 것 그런 것은 단지 월력상의 구분일 뿐 시골에 와서 보니 봄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 해가 바뀐다지만 여기는 겨울의 한 복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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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