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트

태백으로 가는 길

강정순 2007. 3. 19. 07:05
    


휴가철이 지나서야 여름휴가를 받았습니다.
- 차라리 당신끼리 해외라도 다녀오는 게 나을 뻔했어.
- 됐어요.
아내는 병원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이번에도 반쯤은 부어 있었고 아들은 제 친구끼리의 수련회를 놓친 것을 애써 감추고 들었습니다.
- 태백으로 가자.
나는 아이에게 반딧불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해보다도 많이 쏟아지는 별똥별을 감상하기에 태백만큼 좋은 곳은 없을 듯했고 거기에 또 하나,
나는 수인선水仁線의 협궤열차挾軌列車속으로 들어가 30년 전의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
- 이 열차도 머지않아 폐쇄가 된다고 한다. 그래 태백으로 가자.
타고 내리기를 거듭하는 현지주민들 속에서 우리 가족은 조금씩 자연 속으로 빨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논과 밭 그리고 나직한 산들로 채워진 단조로운 풍경이었지만 오히려 편했습니다.
아내는 책을 보고 아들이 단잠에 취해 있을 때 기적을 울리던 기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멈춰 섰습니다.
어느 간이역인가
역은 아니었습니다. 기차가 오래 멈추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고장인가.
그 때 기관사가 언덕에서 노인 한 분을 등에 업고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 승객 여러분 중에 의사선생님이 계시면 기관실로 와 좀 도와주십시오.
아내는 보던 책을 덮고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두 칸의 차량을 건너 기관실로 갔습니다.
- 어떤 상태인지 좀 보아 주십시오.
나는 아무런 기기器機도 지니지 않고 떠난 여행길이어서 단지 맥脈 만을 짚어 보았는데 숨을 거두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 방법이 없군요.
노인은 동료의 어머니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사고로 죽자 철길가로 거처를 옮겨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사셨다고 했습니다. 멀리서 기적을 울려주면 어머니가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어 가며 만남을 계속하기 십수 해. 동료들은 먹을거리 옷가지등을 모아 속도를 줄여가며 건네주곤 했다고 합니다.
- 5일 째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기차를 세워봤더니만 축 처져 계셨습니다.
- 미안합니다. 운명하셨습니다.
- 그래도 행복한 죽음이십니다. 의사선생님 손에 숨을 거두셨으니까요.
기관사는 등을 보이며 한 참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기차가 서서히 출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자락을 돌아 속도를 더하더니 기적을 높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적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마치 가는 이에 대한 마지막 장송곡처럼.


              

   

 

 

NOTE: 

 

기차여행...
세상'을 떠나는 모성'의 모습!
흑백필림'을 돌리듯 영상'이 되여지는 生한켠'의 모습'에
가슴이 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