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순 2006. 12. 19. 06:57

  

 

 

           그리움 

 

                    

              

       가는구나
       내 언제 말라 하는 적 없었는데
       가린 물꼬 안에 빙빙 도는 잎파랑이처럼 그리 있더니
       이제는 즈그 집으로 가는구나 

       등진 짐은 아니었다
       제 발로 걸어 자란 아이같이
       내 없어도 종종 나가 남의 집 문안으로 들어가는구나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신발이 눈에 시려 오는 한낮
       평상平床에 성긴 별을 보고 영원을 이야기하고
       매듭진 가락 위에 얹힌 손마디 그 마디마다 
       얽혀진 운명도 환한 그리움이더니
       별똥처럼 한번 반짝 사라지고 난 뒤가
       오늘은 괜히 그립다

       가는구나 
       내 그럴 줄 모르기라도 하였는가
       흩어져 버려진 쪽지들이나 남아 있는 듯하더니
       가고 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