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순 2006. 12. 1. 00:14

 

  

          초사부楚辭賦

  

 

      초楚나라에 한 시인이 있어 회왕懷王의 신임를 받다가
      실력자 근상의 모함을 피할 길이 없어
      마침내 조정에서 쫓겨나 장강長江에 이르렀다
      머리는 산발이나 뜻은 아직 높아서
      문득 돌아보니 부질없는 부귀영화
      이소離騷 어부사漁父辭를 이때 모두 지어냈다
      세상이 다 취해 있는 중에도 그를 아는 이가 있어
      답하기를
      온 세상이 혼탁하지만 아독청我獨淸이고
      중인개취衆人皆醉지만 나 홀로 깨어 있어
      그들이 나를 쫓아냈지요
      그런 뒤 회사懷沙의 부賦를 지어 놓고
      멱라에 몸을 던져 죽음에 이르렀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썩어빠진 세상에 와
      강직하여 외곧고 당당하니 곤궁한 건 처자식
      승진도 잃어
      그래도 이슬 피하고 세끼 밥 안 거른 것
      이로써 자족自足할 일 산발낭인散髮浪人만 하겠는가